daily
할머니
winterwald
2020. 9. 26. 15:11
지난 수요일에, 태어나 처음으로 유가족이 되었다.
엄마의 엄마,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가 88세를 일기로 하나님께로 가셨다.
앨범 사진 속 남아 있는, 내가 4-5살쯤 되었을까. 가족들 모두가 같은 색 한복을 입고 사진 찍었던 날. 그 사진 속 젊은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또렷한데.
본인도 국수를 좋아하셔서 우리가 가면 자주 잔치국수를 해주셨는데 그래서인지 엄마도 나도 국수를 너무 좋아하고, 짜장면 집에도 냉면 집에도 같이 자주 갔던 기억. 특히 생신은 항상 중국집이었다. 나의 면사랑은 다 할머니에게서 왔나보다. 밥 먹을 때는 꼭 내가 먹는 걸 미소 지으며 지켜보면서 맛있냐고 물어보시고, 더 갖다줄까 물어보셨는데 위가 작은 나는 그때마다 항상 배가 불렀지.
안 믿는 집에 시집 와서 예수 믿는다고 늘 구박하던 시어머니가, 새벽기도 다녀오니 짐을 마당에 다 버린 일도 있었다는 할머니. 그때 할머니가 포기했으면 우리도 지금 이 길에 있지는 않겠지? 할머니 덕에 우리가 이렇게 하나님 잘 믿고 살아. 고마워.
다시 만날 때까지 그립겠지만, 아쉽고 후회되는 건 없다.
조건없이 넘치는 사랑을 받았음에, 사랑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이제 그 무거웠던 육신을 벗었으니
자유롭고 기쁘게 하나님과 지내고 있어 할머니, 곧 다시 만나.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