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3-24 플렌스부르크, 예링
월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친구들이 아침 일찍 빵집에 가서 갓 구운 빵을 사서 아침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흑흑 원래 엄청 부지런한 부부라 게으른 우리가 항상 도움을 받는 구조였지만 마지막까지 이렇게.. 정말 고마웠다. 아침을 길게 먹으면서 마지막으로 대화하고 서로 기도도 해주고, 친구 부모님 화단의 장미 두 송이도 받은 후 떨어지지 않는 발을 겨우 떼어 떠났다.
고작 3일만이지만 오랜만에 단 둘이 차를 타고 달리니 또 그것대로 좋았다. 이미 점심 즈음이라 조금 부지런히 달렸다. 오늘의 목표는 독일의 국경도시 플렌스부르크(Flensburg). 24일 저녁에 덴마크 최북단 예링에서 배를 타고 노르웨이로 갈 예정인데 하루만에 750km를 가기는 좀 무리라고 판단해서다. 그래도 오늘만해도 400km를 가야 하는... 함부르크에 들어가진 않고 함부르크 외곽을 지나는 도로를 탔다. 예전에 J와 함부르크와 뤼벡도 가고, 이어서 나는 혼자 로스톡, 슈트랄준트까지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슐레스비히-홀슈타인에 오는 거라 반가웠다. 독일에서 바다를 접한 유일한 면, 북쪽 도시들은 확실히 중/남부 독일과 느낌이 좀 다른데 바닷가의 스산함과 꼭 닮았다고나 할까. 때마침 비까지 뿌려 가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렸다.
6시쯤 숙소 주소에 도착했는데 아무리 봐도 숙소가 아닌 건물. 주인에게 앱으로 메시지를 보냈더니 메일 확인을 안했냐고 한다. 사실은 예약 페이지에 나와 있던 주소와 실제 숙소 주소는 달랐던 것. 그때 메일확인까지 했어야 했는데 새로운 주소에 도착해서도 주차장도 못 찾고 건물 들어가는 방법도 몰라서 한참 헤맸다. 나중에 보니 메일에 주소와 비밀번호, 방 번호와 주의사항까지 다 나와 있었던 것. 먼 길 와 피곤하고 사위도 어두워져가는데 방에 들어가는 데 진을 너무 빼서 둘다 기분이 안 좋았다. 다행히 방은 그럭저럭 괜찮았고 웰컴 선물(와인과 밀카 초콜렛)도 있었다. 저녁을 먹어야 했는데 시간이 늦어서 열려 있는 식당이 많이 없었고, 우리의 선택은 중국음식ㅋㅋㅋ 아니 유럽에서 아시아 음식 섭렵.. 아래에 지도 첨부하니까 플렌스부르크에서 먹을 거 없는 분들은 가시길.. 부페이고 저녁 식사 가격은 12.9유로. 맛은 괜찮음!
24일 아침 기상, 이제 독일에서 덴마크로 넘어갈 거라 REWE에 가서 장을 봤다. 북유럽 생존 식량들을 물가 저렴한 독일에서 구비하기 위해서. 맥주, 쌀, 파스타, 시리얼바, 빵, 과일, 커피 등등 진짜 여행 중 최대치의 음식을 샀다. 플렌스부르크는 국경도시라 시내를 빠져 나오니 곧 국경이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국경에서 검문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세웠는데.. 나라도 프랑스 번호판에 동양인이 운전하는 차가 독일-덴마크 국경을 지나가고 있으면 세울 만하다 싶었다. 우리 비자를 보여주니 "이 비자는 9월 둘째주에 만료인데?"라고 하는 것. 스위스에서 프로그램을 끝내고 EU 무비자 3개월 동안 여행을 하는 거라고 설명하니 우리 비자를 스캔하고는 즐거운 여행 하라며 보내주었다. 문제 없는 걸 알면서도 차를 세우면 또 괜히 긴장이 되더라.
산이 없는 나라라 평평한 풍경을 가로지르다 보니 어느새 예링(Hjørring)에 도착. 그런데 승선시간보다 너무 빨리 도착해서 사람도 거의 없고 한참을 줄 서 있었다. 우리가 탈 건 스타방거(스타방에르)를 거쳐 베르겐으로 가는 배. 행선지 앞에 줄을 서면 된다. 사실 차를 배에 싣는 것도, 배에서 자는 것도 처음이라 긴장이 됐다. 바다 위에서 12시간을 있어야 하다니. 그런데 절차가 진행될수록 재미있었다. 일단 여러 나라의 차가 다양한 목적으로 배를 타는 것 같았다. 운송용 트럭도 있고, 캠핑카나 카라반도 있고 일상적으로 두 나라를 오가는 것 같은 짐이 하나도 없는 승용차도 있었다. 배 아래층에 차를 대는 것도 신기했는데, 배에 차를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게 타기 전에 분류를 하고 각 차를 해당되는 레인에 가서 서 있게 한다. 순서에 맞게 한 레인씩 입장하고, 배 안에 들어가서도 관리인이 안내하는 대로 주차를 잘 해야 한다. 빼곡하게 주차해야/되어 있기 때문에 들어올 때도 나갈 때도 앞뒤 차와 부딪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무사히 승선을 마치고 짐을 챙겨서 객실로. 차에서 자는 건 안 되고, 일단 무조건 위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객실을 따로 예약하든지, 여러 명이 함께 있는 휴게실에서 밤을 지내도 된다. 우리는 다음 날 바로 산행 예정이라 비싸지만 객실을 예약했다. 처음 배에서 자는 거라 긴장했는데 조금 흔들리긴 하지만 쉽게 잠이 들었다. 이제 일어나면 노르웨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