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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소셜 딜레마>

winterwald 2020. 9. 30. 11:26

우리는 SNS에 중독되어 있고, 어느새 알고리즘이 인도하는 대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소비한다. 우리가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SNS는 우리를 더 잘 알게 되고, 더 중독되게 만든다. 또한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인류가 이렇게 자주 노출된 적은 없었다. 그러한 환경이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다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 가지 모두 문제지만 나의 경우 후자가 더 심각하게 느껴진다. 읽고 보고 먹고 즐기는 모든 활동들을 할 때 아, 이건 인스타에 혹은 트위터에 올리면 좋겠다- 이런 생각부터 든다. 그 생각의 뒤에는 어떤 마음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내가 이런 음식을 먹고 이런 소비를 하고 이런 책을 읽고 이런 음악을 듣는 사람이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고, 그에 따른 평가를 받고 싶은 것. 올리면서 이런 저런 반응을 예상해보기도 하고, 누군가가 이걸 보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추측해보기도 한다. 좋아요와 댓글은 모두 일종의 평가다. 인간의 뇌는 이렇게 자주(초 단위로, 분 단위로) 평가받는 데에 익숙하지 않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더 많은, 강한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싶게 되고 그에 따라 내가 게시하는 컨텐츠에 더 집착하게 된다ㅡ는 다 나의 경험이다. 소소하게 지인들과 하는 sns도 이런데 하물며 셀럽들이야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라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기에 애초에 내가 그런 자리에 갈 수 없기도 할 것이다. 동시에 나도 남을 평가한다. 그리고 그 평가는 필연적으로 비교를 낳는다. 이쯤 되면 평가하고 평가받는 양방향으로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쓰고 보니 더 진절머리나게 싫다. 서른 살이 넘은 나도 이러니, 십대들 사이에서 sns 인기에 집착해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게 이상하지 않다.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과 우울증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이미 많다.

 

sns상의 '나'와 '나의 삶'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물리적으로 발 붙이고 있는 세계 속의 '나'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써주고 싶다. 

 

(일단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에는 들어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알라딘 서재와 잡지 기사들을 더 많이 보게 되었지만, 즉각적 말초적 보상보다는 조금 긴 호흡의 글들이라 자극의 횟수가 적고, 애초에 정보를 완전히 끊을 수도 끊을 필요도 없기 때문에 절충안이라 생각한다.) 라고 썼지만 드라마 후기를 적기 위해 트위터에 만 이틀만에 로그인하면서 다 무너졌다고 한다. 

 

그래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도 있다. 친한 사람들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게 좋기 때문이고, 사람들과 책 이야기 음악 이야기를 이만큼 많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도 일단 내 일상에서는 없기 때문이다. 결론은 적당히 하는 게 제일 좋을 텐데, 매체의 특성상 그게 잘 안 되긴 한다. 줄이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내 정신을 지키는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