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the place

2019/09/25 스타방거, 프라이케스톨렌

winterwald 2020. 10. 4. 19:03

배에서 나름 잘 자고 아침 6시에서 7시 사이에 노르웨이 스타방거에 내렸는데 사위가 깜깜했다. 아직 한밤중 같은 느낌. 그래도 드디어 이번 여행의 주목적지인 스칸디나비아에 입성! (물론 덴마크도 스칸디나비안이지만 그냥 지나만 왔으니) 나로서는 7년만에 노르웨이에 오는 거라 반갑고 기뻤다. 2012년에 왔을 때도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재밌는 일도 많았기 때문. 게다가 대중교통을 타고 다녔던 저번 여행과는 달리 이번엔 차가 있다. 구석구석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가득이었다.

 

오늘은 가볍게(?) 프라이케스톨렌에 가기로 한 날. 밤새 탄 페리에서 내린 곳은 왼쪽에 Fjord line Stavanger라고 쓰인 곳이고 우리의 목적지는 프라이케스톨렌 주차장이다. 지금 지도를 찾아보고 깜짝 놀란 게, 원래 스타방거에서 (프라이케스톨렌 쪽인) 타우로 가려면 '스타방에르'의 '르'에서 시작되는 점선을 따라 페리를 타고 Tau로 가는 길밖에 없었는데 2019년 말에 ryfylketunnelen라는 해저터널이 생겨서, 이제는 더이상 페리를 안 타고도 갈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이 좋아졌어. 암튼 선착장까지 가는데 하늘이 점점 밝아왔다. 선착장에 꽤 일찍 도착해서 1등으로 줄 서 있다가 탔는데, 근거리 운행이라 그런지 간밤에 타는 배처럼 지하에 차를 싣는 게 아니라 갑판에 차례차례 차를 타고 입장했다가 도착하면 반대편 문을 열어 차를 나가게 해주는 방식이었다. Tau 선착장에 내려서 다시 주차장을 찍고 가다보면 근처에 와서는 엄청 경사가 심한 고개가 하나 나온다. 그 길이 주차장 가는 길인데 오랜만에 또 시동이 꺼졌다ㅋㅋ 앞뒤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지 경사에 헤어핀이라 지금 생각해도 또 아찔하다.

 

2012년에 프라이케스톨렌 갔을 때 추억이 하나 있는데, 친구들과 오슬로에서 기차타고 스타방거에 내려 페리 타고 타우에 도착은 했는데 프라이케스톨렌 주차장 옆의 숙소까지 갈 방법이 없는 것. 비수기라 다니던 버스가 운행을 안하는 것이었다. 어떡할까 한참 고민하고 있었는데 제일 용기 있는? 이런 부탁을 잘 하는 J가 차키를 들고 있던 어떤 여자분에게 우리를 태워줄 수 있냐고 물은 것 ㅎㅎ 그분은 흔쾌히 태워주기로 하셨고 배가 도착하기 전 함께 차로 가서 대기했다. 그래도 내려서 한 20분 차 타고 가는 길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분이 가려던 방향과도 반대였다) 데려다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던지. 

 

감사한 분 차를 타고 갔던 길을 이번에는 남편과 우리 (빌린) 차를 타고 갔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빵과 과일을 좀 먹고, 독일에서 쟁여온 등산식량들을 구비한 후 등산 시작. 프라이케스톨렌은 와보기도 했고 유명한 노르웨이 트레킹 코스들 중에서 난이도가 가장 낮은 곳이라 크게 부담이 없었다. 

피오르드도 좋지만 노르웨이 산의 이런 식생, 이런 풍경ㅡ정말로 생소한ㅡ을 사랑한다.
2012년 친구들과 등산 전 하루 묵었던 숙소

들인 노력에 비해서 너무나 훌륭한 장관을 선사하는 프라이케스톨렌. 왕복 4시간이면 충분하고 약간 가파른 구간만 빼면 크게 어렵지 않고 생소한 풍경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때문에 약간의 여유만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오르기를 추천한다. 노르웨이 속성 경험에 필수코스!

 

내려와서 매점?에서 소세지와 빵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예전에 왔을 때 내가 묵었던 숙소 구경. 물론 안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거의 그대로여서 반가웠고 당시 같이 갔던 친구들에게 사진 찍어 보내니 다들 좋아라 했다 ㅎㅎ 차 타고 숙소가 있는 jørpeland 시내로 나와서 주유도 하고 kiwi 마트에서 내일 등산을 위한 장도 봤다. 다음날 어떤 험난한 일들이 펼쳐질지는 꿈에도 모른채.. 여기에서 여행 처음으로 에어비앤비 예약을 했고, 이후 북유럽에서는 계속 에어비앤비에서 지냈는데, 첫 번째 주인을 너무 잘 만났기 때문이기도 했다. 산에서 일찍 내려왔기에 5시? 정도에 집에 들어갔는데 주인이 편하게 대해주어 어려움 없이 식사도 해먹고 잘 쉬었다. 다음날 쉐락볼튼에 가기 위해서 일찍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