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the place

2019/09/27-28 오따, Buerbreen 빙하트레킹

winterwald 2020. 10. 11. 00:19

목요일(전날) 저녁에 숙소에 들어가면서 주인에게 여러가지를 물었다. 트롤퉁가에 입산 가능한 시즌이긴 한데, 가이드 없이 가도 괜찮냐고. 주인은 그냥 가도 괜찮지만 가이드와 같이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목요일 저녁이었고, 금/토/일 사흘의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날씨를 보면서 천천히 결정하기로 했다. 

 

아침, 푹 자고 오전에 일어나 일단 오따 구경도 할 겸 시내로 나갔다. 숙소가 시내랑 좀 떨어져 있는데 그렇게 멀진 않아서 걸어서 가기로. 오따는 호수와 피오르드 사이에 낀 작은 마을이고, 관광지 특성상 비수기인 9월 말이다보니 사람이 많지 않았다. 

빵 말고 뭐 다른 걸 좀 먹고 싶어서 아시아 음식 하는 데 가서 볶음면과 롤을 먹었다. 노르웨이 치고는 싼 편이지만 위의 사진처럼 먹고 그래도 3만원 넘었던 듯. 밥 먹고는 슈퍼인 rema1000에 가서 장을 보는데, 써머스비 종류가 7가지여서 감동했다.. 첫 날은 이렇게 쉬는 날로 보내고, 다다음날인 일요일이 트롤퉁가 가기에는 제일 적당한 날씨에 바람인 것 같아서 그 날짜로 P3 주차장을 예약하고 쉬다가 취침(관련해서는 이어질 트롤퉁가 포스팅에서). 

 

28일 토요일까지 마냥 쉴 수는 없어서, 숙소 주인이 추천한 Buerbreen 빙하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Folgefonna라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빙하 가장자리 일부를 볼 수 있는 곳에 올라가는 건데, 성수기 시즌에는 전문가와 함께 빙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냥 올라가서 보고만 올 거라 네비에 아래 주소를 찍고 가서 주차를 하면 된다.

 

 

가는 길에 소를 만났다.

주차장까지 가는 길이 좀 험하다는 평이 많은데, 좁기는 좁다. 우리는 소도 만났다. 쟤를 어쩌지 어떻게 지나가지 우리를 공격하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이 소가 우리를 잠깐 째려보고는 다행히 풀 뜯으러 길 가장자리로 비켜 섰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가면 아주 작은 마을 같은 게 나와서 이게 빙하로 가는 길이 맞나 싶다. 근데 그러다 저 멀리 산 꼭대기에 빙하가 보인다. 입구는 찾기가 어려워서 사실 좀 헤매다가 겨우 발견했다. 하지만 오늘도 물이 많다는 주의사항!

 

 

이런 좁은 돌길이 보이면 본격 등산 시작이다. 이 코스는 우리나라 산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전에 갔던 두 산과 달리 길이 좁고 나무가 아주 가까이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고 무엇보다 가파른 게 딱 한국 산이었다. 쉬지 않고 가파른.. 로프도 있고 물도 건너야 한다. 물을 꽤 자주 건너야 하는데 경고에서처럼 물이 많은 날이라 다리가 아닌 돌을 밟고 지나가야 하는 물에서는 결국 발이 빠졌다. 트롤퉁가 워밍업 정도로 생각하고 왔는데 만만한 등산은 아니었다. 공식 사이트에서도 등급은 red다.😭 올라가는 길에 날씨가 너무 안 좋고 또 우리밖에 없어서(!) 솔직히 나는 너무 내려가고 싶었는데 거기까지 올라간 게 아까워서, 순전히 그것 때문에 이번에도 끝까지 간 거다.

www.visitnorway.com/places-to-go/fjord-norway/the-hardangerfjord-region/listings-hardanger-fjord/buerbreen/9927/

 

Buerbreen

Location: Odda Map: Trolltunga, Folgefonna nasjonalpark. Trailhead and parking: By the National Park Farm at Buer. Limited capacity during the summer season. Campervans welcome. Price: NOK 150 Grading: Red, demanding hike. Altitude difference: 150-800 AMSL

www.visitnorway.com

밑에서 볼 때보다 훨씬 가까워 보이지만 아직 한참 남았다. 로프 구간도 많이 남음.

2시간 조금 안 되게 걸려서 정상에 도착하면 앞뒤로 정말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사진에 나오는 부분은 아래 지도에 표시한 부분 바로 앞에 있는 빙하의 일부분이다. 빙하 전체의 크기는 상상이 안 된다.

내려가는 길에는 갓난아기를 안고 올라가는 부부가 있어서 또 한 번 놀라고, 서양인들은 다르긴 다르다는 결론을 내려도 되는 것인지 진심 고민했다. 아무튼 내려오니 2시 정도? 

 

지금부터는 여담인데 올해 초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라그나로크라는 드라마를 봤다. 근데 아무리 봐도 배경이 되는 동네가 너무 낯이 익은 거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싸우는 공간 뒤로 펼쳐지는 빙하(?)도. 트롤퉁가까지 나오는 순간 여긴 무조건 오따구나 했다. 심지어 이름이 Edda니 아닌 게 이상할 정도. 찾아보니 역시나 로케이션이 오따였고, 우리가 걸은 길과 다녀온 슈퍼가 막 나오고, 빙하씬도 우리가 다녀온 Buerbreen 트레킹 코스 정상이 맞았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건 우리가 묵었던 숙소가 (비록 CG처리를 하기는 했지만) 주인공의 라이벌 가족이 사는 집의 촬영장소였던 것! 

 

저기 연기나는 공장은 극중 Edda의 자연을 훼손하는 기업 '유툴'로 나온다.

www.atlasofwonders.com/2020/02/edda-norway-ragnarok-netflix-series-location-house.html

 

The real Edda town in Norway and the house: Where was Ragnarok filmed?

Ragnarok Filming Locations Guide - The Edda town in Norway and the amazing house - Where is Ragnarok filmed?

www.atlasofwonders.com

위의 링크에서 the ragnarok house라고 나오는 곳이 우리가 묵었던 숙소이고, 둘 중 위의 사진이 CG를 입힌 드라마 버전, 아래 사진이 실제 숙소 모습이다. ㅎㅎ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드라마를 본 거라 "어 저기 그 슈퍼랑 교회다" "빙하 트레킹 한 곳 아니야?" "저기서 우리 기름 넣은 거 아닌가" 이런 대화를 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아무튼 어느 방향을 봐도 풍경이 최고로 근사한 오따에서의 이틀을 마무리하고 내일은 트롤퉁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