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9 트롤퉁가(Trolltunga)
3대 트레킹 중 가장 길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트롤퉁가. 오따에 온지 4일만에 드디어 트롤퉁가로.
트롤퉁가 주차장은 세 개가 있는데 P1, P2, P3다. P1이 가장 아래에 있고 P3가 등산로 시작과 가장 가까운데, P3는 2019년 여름에 생겼다. 인터넷으로 예약 가능하고, 갔다온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아스팔트 길 오르내리는 데 취미가 있다 하는 게 아니면 무조건 P3 예약해야 한다. P1에 대고 걸어 올라오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 같고, P2에 대도 본격 등산 시작까지 아스팔트 길을 3-4km 올라야 한다(그리고 나중에도 내려가야 한다). P3에 자리가 없어 P1, P2에 댔다고 하면 P3까지 데려다주는 셔틀버스나 택시가 있는데 인당 매기는 요금이 꽤 드는 것 같았다. 암튼 우리는 시즌 종료 직전이라 이틀 전에도 예약이 가능했다.
Mågelitopp <- 이 지명을 네비에 넣고 가면 된다. P2를 지나면 차단 바가 나오고, 예약내역 확인을 받은 차만 들어갈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이 미친 경사와 헤어핀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 블로그를 얼마나 많이 검색했는지 모른다 ㅋㅋ 과연 수동인 차를 끌고 우리가 갈 수 있는 실력인가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그래도 P3에 대는 게 무조건 이득이기에 예약. 예약 가능하기도 했고. 다행히 올라가는 동안 맞은 편에 오는 차를 딱 한대 만났고 그것도 셔틀 운행하시는 분이라 능숙하게 비켜가 주셨다.



드디어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짐을 가볍게 챙겨서 출발.
처음은 무난하게 평지로 시작한다. 아래 두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 군데군데 집들이 꽤 많이 있는데 무슨 용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평지를 지나면 사실상 전체 코스에서 가장 괴로운 돌길 고개가 나오는데 경사가 심하고 돌의 크기가 커서 다리가 무척 피로하고 숨도 차다.


그 후에는 큰 호수와 연두 이끼가 잔뜩 낀 돌로 이루어진 비현실적인 공간이 나온다. 아래 세 장의 사진.




사실 처음 말한 그 돌고개 이후로는 그렇게 힘든 구간은 없다. 힘들다기보다는 "길다"가 맞겠다. 오래 쉬면 퍼질까봐 일부러 짧게 몇 번 쉬고는 계속 걸었다. 표지판의 숫자가 7, 6, 5, 4km로 줄어들수록 기대감은 커져갔다. 목적지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





드디어 도착. 3시간 조금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쉐락볼튼과는 달리 사람들이 아주 바글바글했다. 물론 여름에 비하면 적은 거겠지만! 뭘 먹는 사람, 누워 자는 사람, 연신 셔터를 누르는 사람 등 정말 많은 +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트롤의 혀 말고 옆의 작은 혀 같이 생긴 돌 위에서는 나체로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도 보았다(다행히 눈을 버리기 전에 상황파악을 하고 고개를 돌렸다). 메인인 트롤의 혀에 가서 사진을 찍으려면 쇠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서 줄을 서야 한다. 일행과 같이 찍고 싶으면 모르는 이에게 사진기를 맡기고 (줄의 길이에 따라)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다들 사진기를 맡기는 분위기라 그렇게 위험한 것 같지는 않다. 우리도 DSLR을 중국인에게 맡기고 줄을 섰다. 처음 찍었을 때는 바로 아래 사진에서처럼 해가 저 멀리 산만 비추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와서 간식도 좀 먹고 풍경 사진도 좀 찍고 하다 보니 해가 다시 나는 게 아닌가...! 남편 인생사진을 한 장 남겨주고 있자니 다시 줄을 서봐? 싶은 것. 물론 그 순간에도 해는 구름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처음 사진을 찍을 때보다는 전반적으로 많이 밝아져 있었다. 그래서 마침 보이던 아까 사진 찍어주신 분께 부탁해 다시 카메라를 맡기고 줄을 섰다.





결과는 그렇게 신통치 않았지만 처음보다는 나은 데에 만족하고, 두 번이나 시도했으니 후회는 없었다. 이제는 내려갈 시간. 같은 풍경이지만 또 감탄하면서, 언제 다시 볼지 모르니 눈에 마음에 새기려 노력하면서 내려왔다. 돌고개는 내려올 때도 사람 힘들게 만드는 게, 큰 돌로 이루어진 경사 심한 길을 한참 내려오자니 무릎이 너무 아팠다. 내가 10대 때. 에어로빅 하다 무릎을 좀 다쳤었는데 아마도 그 때문에 더 그랬겠지만 그 구간 안에서 여러 번 쉬어가야 할 지경이었다.
다 내려오니 너무 뿌듯했다. 날씨와 상황이 다 맞아 5일 안에 프라이케스톨렌, 쉐락볼튼, 트롤퉁가를 다 오를 수 있었고 보너스로 빙하 트레킹까지 했으니 감사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유명한 코스 말고도 숨겨진 좋은 트레킹 코스가 엄청 많을 텐데 가보고 싶다는 생각. 심지어 일주일 뒤에 부모님이랑 노르웨이 또 가서 베르겐, 플롬까지 돌아봤는데도, 여전히 가고 싶은 여행지 1번인 노르웨이. 사실 물가도 너무 비싸고 자연 빼고는 매력적인 관광지가 크게 없지만, 그 자연이라는 존재가 어마어마하다. 최고의 매력이다.
기분 좋게 내려와서 이제 출발해야 하는데 아직 오늘의 목적지가 없다.ㅎㅎ 이 주의 수요일에 부모님이 스톡홀름으로 들어오시기로 했기 때문에 수요일까지 천천히 스톡홀름까지만 가면 된다. 내일은 오슬로에 가기로 하고 그 중간 즈음 이름 모르는 동네 유스호스텔로 숙소를 예약했다. 이제 진짜로 출발. 가는 길의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하르당에르 피오르드의 지류를 따라가다 본류에 닿고, 피오르드의 가장 깊은 곳, 그러니까 피오르드의 끝을 지나 계속되는 길(아래 지도 참고). 왼쪽은 피오르드, 오른쪽은 산에 면한 마을들인데 완전 산골 마을도 있고 관광지로 개발된 곳도 있었다. 사과 파는 무인가판대도 종종 있고 ㅎㅎ 산의 경사가 급한 곳에 위치한 마을은 이탈리아 남부의 라벨로나 아말피 같은 곳을 상기시켰다. 아무튼 1시간 넘게 펼쳐지는 데도 눈을 뗄 수 없는 풍경.
경로에 보링포센이라는 유명한 폭포가 있었는데 날이 많이 어두워져서 패스했다. 다만 보링포센 직전에 터널이 하나 있는데(지도의 목적지 근처를 확대하면 보인다), 360도 한 바퀴 도는 터널 경험해보셨는지.. 그것도 경사가 있는 터널을.. 처음에 당황하면서도 너무 웃겼다. 아니 터널을 어떻게 이렇게 하면서. 모르긴 몰라도 이유가 있겠지. 이름 모를 도시의 유스호스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7-8시 정도였다. 저녁으로 컵라면❤️을 먹었는데 어찌나 행복하던지. 트롤퉁가 포스팅인데 다른 이야기가 더 많은 것 같네. 아무렴 어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