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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0

winterwald 2021. 4. 10. 19:26

친구가 아침에 산을 다녀왔대서 나도 오후에 뒷산에 올라갔다. 날씨가 아까웠다. 혼자 가도 괜찮을까를 항상 걱정해야 되는 게 짜증났지만 오늘은 그냥 갔다. 지난 번에 올라갔던 입구에 험상궂어 보이는 아저씨가 서 있어서 다른 입구로 올라갔다. 아주 조금 들어섰는데 방금 걷던 동네 길과는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았다. 연두빛 나뭇잎들이 바람에 속살대고 새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 그때 이어폰을 뺐다. 

 

처음 가는 길이라 긴장했는데 감을 따라 방향을 잡다보니 내가 아는 둘레길이 나왔다. 걷다 보면 중간에 넓은 공터 같은 곳에 의자가 있는데, 거기에 앉아서 15분쯤 멍을 때렸다.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좋았다. 나무가 천천히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만 보면 그만이라는 사실이 좋았다.

 

집을 나설 때 융진의 '걷는 마음'을 들었는데, 캐스커 음악을 듣다 보니 종현이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더라. 너무 그립더라. 셋이 이야기하는 코너가 제일 편안했고 그래서 제일 좋아했었는데. 이 아름다운 봄날에 태어나서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사람아. 4월엔 더욱 너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그리운 사람 그리운 것들이 늘어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