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a reader
내가 되는 꿈, 최진영
winterwald
2021. 7. 26. 12:18
내가 되는 꿈,이라니. 나의 꿈이잖아.
어디선가 추천을 받기도 했지만, 제목이 나의 간절한 꿈이라서 아무런 정보없이 책을 쉽게 집어들게도 되었다.
읽으면서 중학교에서 집으로 걸어오던 길을 자주 떠올렸다. 학교 뒷문에서부터 몇몇 집이 감싸고 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면 길은 황성공원으로 이어진다. 말이 공원이지 숲에 가까운 곳. 매일 매일 이곳을 지나 집으로 갈 수 있었던 게 지금 생각해보면 행운이다. 가끔은 큰길로 걸어오다 도서관 쪽에서 공원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나와 친구들이 지나가면서 흘린 말도 안될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지금도 그 숲에 잠자고 있겠지.
정용준 작가의 발문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공감과 이해를 넘어서 그 인물이 내게 투사되는 경험. 어, 이건 나인데 하는 경험. 나도 할머니와 살았고, 나도 엄마와 떨어져 살았다. 내가 썼고 내가 울었던 기억이 태희에게도 그대로 있었다. 그렇지만 죽을 듯이 아픈 상처로만 남은 건 아니다. 시간이 흐르기도 했지만, 이런 작품을 만나면서 많이 위로받는다. 태희가 20년 넘게 미지와 친구라는 사실도 왜인지 안심이 됐다. 사람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괴로움이 있지만 또 사람이라서 경험할 수 있는 신비로운 일들 때문에 그래도 조금 더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최진영 작가의 장편소설을 다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