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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5

winterwald 2024. 1. 17. 15:21

지금부터 내가 읽을 책은 이전보다는 퍽 한정적일 것이다. 10대 20대에는 안 가리고 읽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며 어쩔 수 없겠지만 이젠 정말 내 맘에 들 책과 아닐 책을 기가 막히게 찾아낼 수 있고, 나는 시간이 부족하기에 맘에 안 드는 책을 읽을 생각은 없다. 맘에 (안) 드는 책의 기준은 꽤 자의적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세상이 좁아지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어쩌다 혹은 우연히 내 세계를 깨는 책들을 만날 때 정말 반갑지만 그조차도 어느 정도의 범주 안에는 들어오는 책들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손도 대지 않았을 테니. 카프카의 말이 생각난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책에만 해당하랴. 부지런히 세계를 깨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ㅡ그럼에도 좁아지는 경향성 자체를 되돌릴 순 없겠지만ㅡ점점 더 쪼그라들 테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이걸 할 수 있는 환경이냐의 문제는 어느 정도 계급의 문제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지만 일단은 넘어가자ㅜ) 암튼 거칠게 말하자면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