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책읽기
3월 한달, 나에게 책읽기는 일종의 도피였다. 일로부터, 공부로부터, 해야할 것들로부터의 도피.
책을 펴기까지는 괴로웠지만 막상 펴면 또 그렇게 좋은 공간이 없었지..
문학 7권, 비문학 12권
종이책 4권, 전자책 8권 (확실히 페이퍼프로를 산 후 독서량이 늘었다.)
1. 요 네스뵈, <네메시스>
2. 요 네스뵈, <데빌스 스타>
오슬로 삼부작의 뒤쪽 두 권. 데빌스 스타에서는 드디어(!) 프린스와 관련된 일이 결판이 난다. 두 권 다 결말 부분에서 힘이 좀 빠지는 느낌.
3. 최고요,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인테리어에 관한 책. 이 책을 읽고 주방에 있는 물건 중 밖에 나와 있는 상당수를 서랍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 넣었다. 내가 매일 생활하는 곳의 컨디션(깔끔함)이 나의 기분을 결정한다는 것을 실제로 확인하게 됨.
4.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리디에서 무료로 받아서 읽었다. 가끔 반가운 도시, 건축물이 나오고 또 가끔 눈이 뜨이는 내용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무난, 평이.. 아. 우리의 건축물도 외부인의 눈에는 신선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새로웠다.
5. 요 네스뵈, <스노우맨>
해리 홀레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내 기준) 잔인한 부분이 종종 있는데 스노우맨이 그중 제일이었다. 읽고 난 소감은 '그래도 내 마음속 일등은 <레드브레스트>'. 시리즈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출판사에) 고마워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차례대로 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좋아하던 인물이 (번역 안 된 직전편에서 이미) 죽어버렸어..ㅠ_ㅠ
6. 미셸 뷔시, <그림자 소녀>
이것도 리디 무료책. 문제의 단서를 전혀 찾을 수 없던 사람으로서.. 그럴 듯한 재미난 반전이었다.
7. 이다혜, <아무튼 스릴러>
애정하는 이다혜 기자님의 신간. 게다가 스릴러라니, 망할 수가 없는 조합.. 다만 나는 너무 초심자라, 중요한 작품의 스포를 당해버리고야 말았다. 가이드라기보다는, 장르에 대한 개인의 소회에 더 가깝다.
8. 난다, <거의 정반대의 행복>
솔직하고 정겨운 난다님의 에세이. 원래도 그녀의 트위터 단문들을 사랑하기에 망설임없이 주문했다(아니 이렇게 길게 난다님의 글을 읽을 수 있다니! 하며). 언젠가 자식을 낳을 수도 있는 기혼 여성으로서 보관해두고 싶은 책. 더불어 남편에게도 언젠가 권할 책.
9.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H의 추천으로 읽었다. 아아 이 책으로부터 나는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가장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에게는 언제나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련을 당하는 중에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
10. 도로시 길먼,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어느 날 밤 12:30에 시작하여 한자리에서 후루룩 읽어버린 책. 폴리팩스 할머니가 너무 귀엽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낙관을 잃지 않는 모습이 위로가 된다. 나이가 든다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질은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더욱 훌륭하게 느껴진다.
11. 프레드 울만, <동급생>
내용(반전)도 좋았지만 내게 가장 크게 남은 건 바덴 뷔어템베르크의 정경 묘사들.. 독일에 보내달라. + 디트리히 본 회퍼가 다시금 생각났다.
12. 레일라 슬리마니, <달콤한 노래>
빨간 책방에서 소개해줘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 흡입력 있는 심리 묘사가 좋았다. 그래도 루이즈의 마음은 잘 모르겠다. 당연히 그 고통을 다 가늠할 수는 없겠지만, 왜 꼭 그 방식으로 표현되어야 했을까? 음미해야 할 책을 플롯만 따라 허겁지겁 읽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