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a reader

이상한 정상가족

winterwald 2018. 6. 5. 11:03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2017.


체벌, 과도한 교육열, 이상할 정도로 가까운 부모 자식 간의 거리, 출산율, 입양, 미혼모 복지 등 수많은 문제를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라는 하나의 키워드에 꿰어 낸 책. 큰 노력을 들여 꼼꼼하게 연구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나 역시도 정상가족 신화를 30년간 주입받으며 살았기에 책을 읽으며 폭력적인 나의 사고방식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고, 앞으로 어떤 점을 신경써야 하고 조심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쓸데없이 가족에 대한 질문 하지 않기, '일반적인 가족 상' 전제하고 이야기하지 않기 등등.. 물론 이미 한 실수들도 여러 가지 떠올랐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한국의 가족은 압축적 근대화가 낳은 온갖 부작용의 해결사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오랜 기간 복지를 가족이 해결해왔다. 정부가 압축적 근대화 과정 내내 유지한 기본 기조는 '선 성장, 후 분배' 정책이었고 그 결과 복지와 교육, 의료, 부양 등 거의 모든 사회 문제를 가족에게 떠넘겼다. 의료는 사회적 복지의 영역으로 많이 옮겨가고 있지만 여전히 양육 부양의 책임은 오롯이 가족의 몫이다. 국가가 시민들을 먹이고 보호하고 기르고 돌봐줄 책임을 지지 않고 가족에게 떠넘기고 때로는 강제해온 것이다." p. 89


"가장 오래, 가장 많이 해외입양을 보낸 나라

해외입양 맥락에서 한국은 희한한 나라이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2016년에도 해외입양된 아이는 334명으로 거의 매일 아기들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갔다.・・・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는 유일한 나라이다." p. 133


"2015년 (동아시아) 3국의 가족가치관 비교에서 한국인의 가족가치가 가장 보수적이었고 가정생활 만족도는 가장 낮았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과 가정생활만족도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인의 행복감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 한마디로 한국인에겐 여전히 가족이 너무나 중요한 거다." p. 164


"내게도 가족은 중요하다. 그러나 가족이 친밀한 사람들의 정서적 공동체와 공동생활공간 이상으로 사회의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상황, 그리고 처음에 품었던 질문인 가족 내 개별성과 다양성의 실종을 생각하면서 점점 더 궁금해졌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왜 이렇게 지나치게 중요해지게 됐을까." p. 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