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키즈의 생애
<IMF 키즈의 생애>, 안은별, 2017.
저자가 IMF 당시의 키즈들—지금은 성장해 성인이 된—7명을 만나 인터뷰한 책. 7명 모두가 IMF를 거치며 그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한 개인으로서의 고유함을 지켜주려는 의도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개인의 고유함과 시대로부터 영향 두 가지는 모두 진실이지만 하나의 글에서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뷰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는 저자의 코멘트들은 때로는 단호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때로는 인터뷰이의 마음을 알아주면서 그 임무를 꽤 훌륭하게 수행했다.
한 사람의 생애를 톺아보는 것, 그 앞에서 난 항상 우물쭈물하는 모양새다. 그러니까.. 내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맘껏 슬퍼하거나 기뻐해도 되는 건지. 어떤 태도로 어떤 포즈를 취하고 들어야 하는 건지를 잘 모르겠다는 거다. 일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생이 나에게로 달려오는 느낌에 이번에는 좀 더 아득했다. 이 (정립되지 않은) 윤리 의식은 내 이야기를 할 때도 이상한 방식으로 적용되는데. 내가 이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혹은 어떤 태도로 해야 하는지 종종 갈피를 못 잡겠다. 이야기할 수 있는 자격이 특정한 사람에게만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인가. 아무튼 계속 나를 검열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자세로 들어야 할지를 모르겠고.
이런 혼란스러움에도 이 책에 대한 솔직한 내 심정은 ‘정말 재밌다’였다(이번에도 재밌다고 말해도 되는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 생생한 삶의 이야기는 흡인력이 있고, 나는 생애사적 연구에 매혹될 수밖에 없는 사람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정신을 놓고 달리듯 읽었던 것... IMF가 직/간접적으로 삶에 남긴 흔적들에는 나 역시 IMF 키즈기에 깊이 공감하며 읽었고, 나의 선택과 가치관에는 무엇이 남겨져 있는지 조용히 돌아보았다. 많은 IMF 키즈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