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채집인의 생활
<우리 몸 연대기>, 대니얼 리버먼 저, 김명주 역, 2018.
이 책의 9장을 읽던 날 나는 뛰쳐 나가 달리기를 하고 그날 저녁으로는 찐 단호박과 파프리카를 먹었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크게 어렵지 않고 서술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방식이며 무엇보다 호소력이 짙다. 그러니 당장 나가 뛰었지..
유인원에서부터 시작하는 인류의 진화사를 다루면서 전하고자 하는 요지는 간단하다. 우리의 신체는 수렵채집인의 환경과 생활에 적응해 있고 그러므로 그들의 생활방식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사는 게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라는 것. 현대의 많은 질병들이 불일치 질환인데, 이는 우리 몸이 적응해있는 행동/조건과 현대 사회에서의 우리의 행동/조건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들이다. 가령 우리 몸은 오랫동안 앉아 움직이지 않거나, 엄청난 양의 당을 한번에 빠르게 섭취하거나, 이만큼 오래 사는 것에 적응해 있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골다공증, 당뇨병, 암 등의 질병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런 불일치 질환들이 우리가 우리의 식습관과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데에 있다. 우리는 병이 나고 나서야 처방을 하고(그것도 원인 개선이 아닌 증상 개선) 예방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저자의 제안 역시 사후처방에 드는 자원을 예방에 나눌 수 있다면 훨씬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느 시대에 태어나 어떤 환경에 살 지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사는 이 산업혁명 이후의 시대는 참 요상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류의 긴 역사에서 모든 발전과 변화가 이렇게 급작스럽고 무시무시하게 일어난 적은 없었으니 몸이 못 따라가는 것도 이상할 일이 아니다. 어렵지 않게 대사할 수 있는 음식은 거의 먹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은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운동(?)이라는 움직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서 해야 하고(수렵채집인들은 하루에 10-20km를 걸어야 음식을 구할 수 있었다)_물론 이마저도 안 하는 경우가 많고_자꾸 편하고 안락한 상황에만 있으려고 하니 말이다.
"바로 우리가 안락함을 좋은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446)
"일상적으로 누리는 비정상적인 안락들 가운데 인류에게는 너무도 새로운 것이라서 건강에 나쁠 수 있는 것이 수없이 많다."(447)
종종 하던 생각인데, 도대체 기술로 우리의 시간을 아껴서 무엇을 하려고? 대부분은 우리의 정신을 살찌우는 것들일 거라 생각한다. 정신이 튼튼해지는 것도 정말 귀한 일이지만, 기술을 사용하는 대신 내 몸을 움직이고 시간을 들여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면 굳이 운동을 할 필요도 없고 병에 걸릴 일도 줄어들 것 같은데. 불편하고 고된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이익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금이나마 수렵채집인처럼 살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