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1 포르투
오전에 나와 새로운 에그타르트 집을 한 군데 들렀다.
1일 2에그타르트 정도 한 듯. 음식에도 음식 사진에도 큰 열정이 없어서.. 아무튼 사진은 없다.
먹고서는 아래 사진에 보이는 앤틱한 열차(와 비슷한 다른 열차)를 타고 바닷가 쪽으로 갔다.
아무 계획 없이 다니는 여행객들은 무작정 트램 타는 곳으로 갔는데, 트램은 안 오고 온도는 한여름에 작열하는 태양을 피할 곳이 없었다. 조금 지나 도착한 탈 것에 우리 자리는 없었다. 말 그대로 내 앞에서 끊김. 또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탑승. 해를 피하는 것만으로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포르투에서 더 남쪽으로 가면 나자레라는, 엄청나게 큰 파도가 유명한 동네(a.k.a 서퍼들의 성지)가 있는데, 여기는 그만큼은 아니지만 꽤 큰 파도가 친다. 사진에 보이는 저렇게 높은 파도는 간헐적으로 오기 때문에, 사람들이 종종걸음 치거나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고 저 물이 흥건한 구간을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을 재미있게 구경했다. 다행히 우리는 파도로부터는 모두 살아남았지만, 강한 바닷바람과 소금기에 탈탈 털렸다.
내가 대서양을 전에 본 적이 있던가. 이후로는 여러 번 보게 되지만, 아마도 이 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파도 구경을 한참 하다가 마을로 들어갔다. 마트 구경도 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려는데 작은 동네라 식당이 많이 없었다. 구글맵을 열심히 보다가 포기하고 그냥 사람이 제일 많이 앉아 있는 길모퉁이의 식당에 안착. 오늘의 요리가 8유로라니 횡재한 기분이었다. 이 정도로 먹으려면 보통은 12-13유로는 주어야 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이것저것 먹었다.
나와서는 해변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바닷가나 마을 풍경이 나폴리와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했던가? 지금 사진을 보고 든 생각인가. 니스도, 바르셀로나도 아닌 나폴리와.
늦은 오후 다시 그 앤틱한 열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와 대성당 광장에서 잠시 쉬었다.
늦은 오후라지만 해는 너무도 높고 느낌은 한낮.
드디어 포르투의 하이라이트 야경을 보러 올라갈 시간. 우리는 수도원에 올라가서 보기로 했는데 올라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아래에 보이는 저 젊은이들이 가득한 광장 근처에서 super bock 맥주를 사서 낙산공원의 성곽 같은 것이 죽 늘어선 오르막을 올라가다 보면 야경 스팟이다. 사실 나는 수도원이 궁금했지만(전형적인 수도원, 도서관파. 두개가 합쳐진 곳이면 환장) 오늘은 늦게 올라와 전망대로만 이용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피렌체도 프라하도 아 야경이 참 아름답구나, 하고 마는 나로서는 포르투의 밤풍경도 아 참 아름답구나, 하였다. 친구들과의 공기가 더해져서 특별한 거지 야경 그 자체에는 큰 기쁨이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오히려 쓸쓸하기만 하지 않아?
사진을 고르려고 보는데, 사진들이 무척이나 좋아서 다시 한 번 남편에게 고맙다(모든 글에서 감사할지도). 내게는 없는 사진에 대한 열심을 내어줘서. 덕분에 고르는 동안 절로 행복해졌다.
인간은 여행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까?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석양을 보며, 찍어온 사진들을 보며 좋지만 동시에 덧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즐거우니까'라고 하기엔 내 기준 너무 큰 대가가 들어. 앞으로는 조금 더 희귀한 무언가가 될 여행. 더욱 나만의 당위가 필요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