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3 보르도로 가는 길
북쪽으로 올라가는 수많은 길 중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어디를 들르고 싶은가 상의한 끝에(그래봤자 만 하루 내에 이루어진 결정이긴 함) 보르도를 가보기로 했다. 최종 목표인 노르웨이와 현 위치 사이에 가고 싶은 곳들의 점을 찍으면 루트가 완성되는 거고, 그 첫 번째 점이 보르도였다. 보르도에서 보르도 와인을 마셔보고 싶기도 하고, 넓게 펼쳐진 포도밭 구경도 하고 싶고, 그 정도.
그런데 보르도 이야기가 나오려면 멀었고, 아직은 히혼이다.
이날까지 데이터 없이 어떻게 다녔나 싶다. 아침에 큰 몰에 입점한 오렌지에 가서 15G 유심칩을 샀다. 이때 6-8주짜리를 샀어야 됐는데 한 달짜리를 사서 나중에 불운한 일이 펼쳐진다. 칩은 문제없이 잘 인식됐고 드디어 데이터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음악도 듣고 실시간 교통량 반영한 네비도 쓸 수 있고 무엇보다 이동하면서 숙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가히 혁명적인 일.. 이라고 하기엔 그 전이 너무 원시적이었지.
데카트론에 가서 남편 옷을 조금 샀는데 명성답게 정말 저렴하다. 이어 마트에 가서 식량을 쟁였다. 음식과 데이터를 채우니 마음이 든든했다. 음식만큼이나 소중한 데이터여..
드디어 보르도로 이동이다. 루트는 바스크 지방(스페인 북쪽) 해안을 따라 달리다 Irun이라는 국경도시를 지나고 쭉 올라가는 길(프랑스 들어가서 차도 너무 많고 웬 산길(?)로 인도되기도 하고 아찔했다). 스페인과 프랑스 모두 톨비가 너무 비싼 나라들이기에 이즈음부터 우리는 국도로 달리기를 선택했다. 그런데 막상 국도로 다녀보니 훨씬 재밌었다. 고속도로는 도로와 차뿐... 국도로 달리면 집도 동물도 자연도 잡힐듯이 가까이 있어 사람 사는 맛이 난달까 뭐 그렇다.
포르투에서부터 이동한 거리를 생각하면 또 1,150km가 넘고, 그 이틀 동안 제대로 못 먹고 주로 이동만 했기 때문에-_- 보르도에 밤늦게 도착해서는 오랜만에 식당에서 그럴듯한 음식을 먹고 싶었다. 보르도 공항이 있는 Merignac에 숙소를 잡고, 숙소 근처에서 그냥 제일 갈 만하게 생겨서 간 Au Bureau Merignac. 젊은이들이 꽉꽉 들어차있었고, 서버가 친절했고, 1인 2병을 마셨고, 돈을 많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