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the place

2019/09/15 생떼밀리옹

winterwald 2020. 7. 19. 16:04

와인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잘 알지는 못한다. 현백 와인샵에 가서 가격대 말하고 지금까지 우리가 산 와인들 목록 중에 좋았던 걸 말하면 그에 따라서 추천 받는 방식으로 제일 많이 마셨고, 남편 퇴사 후에는 노브랜드 3리터 벌크 와인을 꽤 좋게 마셨다. 특히 레드는 진짜 괜찮음ㅋㅋ 이런 처지이니.. 솔직히 일정 수준 이상이기만 하면 그 위의 와인들은 구분이 안 되며 와인이라면 그냥 웬만하면 두팔 벌려 환영하는 사람으로서 생떼밀리옹은 최고급 와인을 마셔보자! 라기보다는 그냥 포도밭 구경하고 와이너리 한 번 가보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생떼밀리옹은 보르도에서 30km 정도 떨어져 있다. 마을. 마을이라고 부를 정도의 사이즈이고,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로마인들이 포도를 심었던 곳이고,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그랬다. 마을 안에 차를 대면 주차기계에서 주차비 계산을 하면 되고, 우리는 마을 외곽 빵집(빵을 샀다)의 주차장? 공터?에 차를 대고 마을까지 걸어갔다.

 

먼저 투어리스트 인포에 가서 오늘 방문 가능한 와이너리 리스트를 받았다. 마을 전경을 보고 싶어서 인포 사무소 바로 옆 교회 종탑에 올라가려 했는데, 한 시간에 몇 명만 열쇠를 받아서 갈 수 있고 예약은 꽉 찼다고 해서 일단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다. 마을의 가장 바깥쪽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높은 건물(탑)이 또 하나 나와서(La Tour du Roy) 여기에 2유로를 주고 올라갔다. 교회도 보이니 오히려 좋았다. 교회에 올라가면 교회는 안 보이니까.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 

 

건물과 골목이 아기자기하고, 상점마다 구경할 것도 많아서 마을을 한 2.5번은 돌았던 것 같다. 와인샵 들어가서 저장고 구경도 하고, 한 잔 얻어마시기도 하고! 2유로짜리 와인잔 2개도 샀다.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앞 포스팅에 나오는 baillardran에서 까눌레도 몇 개 사고, 와이너리로 출발.

 

이런 포도밭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우리가 가려던 와이너리에 도착.

우리가 무작정 찾아간 곳은 Chateau Bernateau라는 와이너리. 거대한 샤또도 많이 있지만 우리가 간 곳은 가족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작은 와이너리로 1750년에 세워졌고, 십수년 전부터 organic wine 생산에 매진해 인증을 받았다. 아래 기사는 포브스지에서 이곳을 취재한 내용.

https://www.forbes.com/sites/karlsson/2017/11/11/chateau-bernateau-in-saint-emilion-great-wines-with-organic-growing-and-high-end-equipment/

 

다행히 잠깐 기다리면 영어 가이드투어가 가능했고, 보르도에 학회 온 김에 들렀다는 일본인 3명과 함께 투어를 시작. 포도밭의 포도를 직접 따서 먹어보고, 아주 커다란 통들의 원리를 듣고, 저장 오크통이 있는 방도 구경했다. 마지막은 시음 시간, 다른 종류의 와인 3잔을 마시고, 1병을 사서 나왔다.  재밌는 건, 테이스팅 하는 양 정도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 다들 차를 운전해 와서 와인을 마시고는 차를 타고 떠난다(애초에 차 없이는 가기 힘든 장소기도 하고, 시음하는 양이 적기는 하지만). 마드리드 레스토랑에서도 운전 때문에 와인을 안 마시겠다 하니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하고.. 독일 친구네 갔을 때도 술을 곁들인 식사 후 친구가 운전을 해 친구네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이런 데 익숙치가 않고 ㅎㅎ 혹시 모르니 밖에 앉아 물을 마시고 바람 쐬며 한참을 앉아 있다가 출발했다.

 

https://vins-saint-emilion.com/en/castle/chateau-bernateau-2/

 

Château Bernateau

Château Bernateau, Saint-Emilion Grand Cru

vins-saint-emilion.com

다음 목적지는 몽생미셸로 정했고, 중간에 낭트에서 하루를 묵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