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과 가을과 겨울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뭘 고르지 고민하다가 나는 몇 번이나 더 가을이 오고 가는 걸 볼 수 있을까 가늠해본다. 부질없는 일인 걸 알면서도ㅡ그렇다면 할머니는 이번 가을을 끝까지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예견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면ㅡ당최 멈출 수가 없다.
가을이 너무 아름다운데 이상하게도 그래서 모자란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안다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을. 나를 그냥 나로 내내 봐준 사람을 보낸 계절이라서일까, 그의 사랑과 마음을 잘 새기고 살아가고 싶어서일까, 좋아하는 것도 많고 별걸 다 알지만 이룬 것 하나 없는 내가 좋다고 생각했다.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그거면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