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11) 썸네일형 리스트형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신성아, 마티, 2023 내 전공은 안 어울리지만(어울리나?) 정치외교학이다. 세상 돌아가는 거에 관심 많았던 시절의 방증이랄까. 학문으로서의 (좁은 의미의) 정치를 재미나게 배웠다. 선거제와 정당론은 아직도 내가 너무 좋아하는 주제다. 그런데 내가 현실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는 한 배운 지식을 써먹을 일은 별로 없었다. 선거구제가 바뀔 때 공부해서 설명해줄 수 있는 정도?ㅋㅋ 하지만 이건 정치 전공이 아니어도 할 수 있다.. 한편 넓은 의미의 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중학교 일반사회 시간에나 잠깐 나오려나. 나는 어린이들과 책을 읽으면서 이 정의를 다시 한 번 마음에 깊게 새겼는데, 어린이들에게 정치란 무엇인가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좁은 의미에서의 정.. 속죄 속죄, 이언 매큐언, 문학동네, 2023 시원시원하고 대담한 구성과 섬세한 묘사 둘 모두가 돋보인다는 점이 그야말로 대단하다. 그런 의미에서 애트우드의 가 떠오른다. 내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나중에 읽을 사람들의 재미를 빼앗는 꼴이 될 것이고. 속죄의 구성 요건은 무엇인가 생각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에필로그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속죄’의 의미를 ‘지은 죄를 물건이나 다른 공로 따위로 비겨 없앰’이라고 알려준다. 여기서 이 ‘물건’이나 ‘다른 공로 따위’를 죄를 저지른 사람이 정해도 되나? 피해를 입은 사람이 그러한 속죄의 방식에 동의한다 해도 결국 죄를 ‘없앤다’는 개념이 가능한가…? 여기서 사전상 의미2인 신학적 정의까지 추가로 생각하면 논의는 더 복잡해진다.. X의 행동에 ..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정세랑, 문학동네, 2023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면 끝인데.. 이미 설자은과 목인곤과 호은 도은 산아 그리고 신문왕에게까지 푹 빠져버렸다. 미스테리아에 실렸던 첫 번째 단편이 좀 약한가 했는데 분량이 가장 긴 '손바닥의 붉은 글씨'는 소재도 트릭도 신선했다. 일단 통일신라 배경 미스터리라니 익숙한 곳들이 여럿 나올 테고 그것만으로도 시리즈를 기다리며 따라갈 충분한 동력이 된다. 마지막 작품 배경인 월지는 내 집앞만큼이나 잘 아는 곳이고(실제로 외할머니 집앞) 그곳에서 일어난 의문의 죽음이라 도로 쪽 풀숲, 기찻길 쪽 으슥한 구석구석을 떠올리며 재미나게 읽었다. 경순왕 36대손 엄마가 신라인이었다면.. 상상하며 당시 신분제와 사회 분위기를 짐작해볼 수도 있고. 참고문헌이 본격적.. 작은 파티 드레스 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1984Books, 2021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는, 문장만 덩그러니 번쩍번쩍하는 글들이 있다. 이 프랑스인의 글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며(프랑스인에 대한 편견.. 죄송합니다)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는 너무너무 놀랐는데. 문장이 탐미적인가 싶은데 내용은 본질적이고 둘이 이상하게 딱 맞는다. 환한 풍경이 그려지기도 하고 깊은 종소리 같은 게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또 어떤 글에는 마음이 푹 찔린다. 성 프란치스코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다는데 과연 어떤 글일지. 사실 (내 기준) 좀 부담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얼마나 어디까지 했을까가 궁금해서 더 읽어보고 싶다. 읽는다는 것 읽는다는 것, 강영안, IVP, 2020 성경 읽기에 관한 책이지만 읽기 그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경전이란 문자로 되어 있기에 문자에 대한 동서양의 전통을 먼저 다루는데, 부정적인 의견이 재미있어서 정리해둔다. 플라톤은 문자를 탐탁지 않게 여겼는데 일어나고 있는 일의 생생함을 전달할 수 없고 기록한 이로부터 멀어지면 왜곡될 수 있고 망각을 초래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논의에서 데리다가 빠지면 섭한데 나옵니다ㅋㅋ) 이데아를 중심으로 하는 플라톤 사상을 생각하면야 문자로 변환되기 이전의 그 생생한 체험이 중요하지만 진리가 혹은 지식이 그렇게 특정한 사람에게만 구전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답답한 일이다. 왜곡 가능성과 관련해선 플라톤님 현대인들은 그 과정을 통해 더 풍성한 읽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마민지, 클, 2023 자기 (가족)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꺼내 보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1번. 가족의 이야기를 파헤치다 보니 그게 곧 도시 개발의 역사, 부동산 흥망성쇠의 역사였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가족의 이야기(여긴 재일조선인 역사)인 양영희 감독의 작업들이 생각난다. 그러고 보면 누구의 인생이든 사회사와 관련이 없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이 전쟁이나 IMF를 통과한 것처럼. 사람마다 그런 굵직한 사건들과 얼마나 붙어 있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부동산으로 흥하고 부동산으로 망한 가족의, 몇십 년에 걸친 이야기를 읽었는데, 아직도 이 모든 문제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답답하다.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주거의 문제로, 누군가에게는 .. 면역 면역, 필리프 데트머, 사이언스북스, 2022 '뭔가를 사 먹는 것으로 면역 체계를 강화할 수 없고 면역을 강화한다는 아이디어도 위험함. 잘 먹고 많이 움직이세요'라는 단순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가지 세포, 대식 세포, T세포 등 처음 보는 용어와 씨름해야 하고 복잡한 기전도 공부해야 한다. 물론 원리를 세세하게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몸이 얼마나 놀라운 일을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정보 디자인 전공자가 면역학을 공부한 뒤에 쓴 거라 인포그래픽이 아름답고 비유와 말솜씨 덕에 과알못도 쉽게 내용 이해 가능. 2023/09/15 지금부터 내가 읽을 책은 이전보다는 퍽 한정적일 것이다. 10대 20대에는 안 가리고 읽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며 어쩔 수 없겠지만 이젠 정말 내 맘에 들 책과 아닐 책을 기가 막히게 찾아낼 수 있고, 나는 시간이 부족하기에 맘에 안 드는 책을 읽을 생각은 없다. 맘에 (안) 드는 책의 기준은 꽤 자의적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세상이 좁아지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어쩌다 혹은 우연히 내 세계를 깨는 책들을 만날 때 정말 반갑지만 그조차도 어느 정도의 범주 안에는 들어오는 책들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손도 대지 않았을 테니. 카프카의 말이 생각난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책에만 해당하랴. 부지런히 세계를 깨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ㅡ그럼에도 좁아지는.. 이전 1 2 3 4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