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31) 썸네일형 리스트형 2023/09/15 지금부터 내가 읽을 책은 이전보다는 퍽 한정적일 것이다. 10대 20대에는 안 가리고 읽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며 어쩔 수 없겠지만 이젠 정말 내 맘에 들 책과 아닐 책을 기가 막히게 찾아낼 수 있고, 나는 시간이 부족하기에 맘에 안 드는 책을 읽을 생각은 없다. 맘에 (안) 드는 책의 기준은 꽤 자의적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세상이 좁아지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어쩌다 혹은 우연히 내 세계를 깨는 책들을 만날 때 정말 반갑지만 그조차도 어느 정도의 범주 안에는 들어오는 책들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손도 대지 않았을 테니. 카프카의 말이 생각난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책에만 해당하랴. 부지런히 세계를 깨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ㅡ그럼에도 좁아지는.. 2023/01/16 1월 첫 주. 10년 만에 만난 페루 외삼촌이 지금 도전해야 한다며 무언가를 권하셨고, 잘 고민하고 기도해보라며 미국에서부터 들고 오신 미니 캐리어(모험의 상징으로ㅋㅋ)를 선물로 주셨다. ⠀ 1월 둘째 주. 창세기 주석에서 같은 이야기를 만났다. 불안정함과 위험성의 특징을 갖는 자유, 모험.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사실 정착이 언제나 안전한 것도, 모험이 언제나 불안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 나에게는 언제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고 나름 그런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점점 자신이 없다. 부르시는 순간마다 재지 않고 따라갈 수 있기를 소원할 뿐이다. 2023/12/05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와 시험관 일기를 1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1차에 일기1을 쓴 건 아니지만, 4번째 이식이 성공해 10월에 출산을 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순탄치가 않아서, 유산 위험으로 일도 그만두고 집에 누워만 있어야 했다. 앞으로의 인생이 걱정되지만.. 지금은 또 1개월 아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만족스럽다. 유입 통계를 보니 코로나 이후 유럽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는 게 느껴진다. 특히 노르웨이!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북유럽 가시는 분들 너무 부럽다는 말씀 전합니다.. 한편 네이버 블로그는 구글 검색에 안 잡히고 티스토리 블로그는 모든 검색에 잡히지만.. 네이버 블로그 레이아웃에 너무 적응돼 있다 보니 모바일로 볼 때 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어.. 시험관 일기1 이 주제로 공개 글을 쓸 거라고 처음에 생각이나 했을까! 주위 사람들 중에도 내가 시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런데 이렇게 민낯의 제목을 달아놓은 것은, 뭐 쓰면서 내 마음 시원하자고 하는 것도 있겠지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여성들로부터, 그들의 글로부터 너무나 많은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같은 고통을 함께 겪고 있다는 것, 그리고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에도 누군가는 또 용기 내어 도전한다는 사실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용기로 다가왔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위안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써 본다. 지금 나는 만 32.7세. 상황은 동결 3차 종료(되기 직전). - 처음 채취할 때 오비드렐 데카펩틸 시간 잘못 알고 놓아서 ㅎㅎ (병원에서 준 종이 제대로 체크 안 .. 2023/01/06 근무 시간이다. 불현듯 글을 쓰고 싶었다. 사실 어제 밤에 일기를 썼어야 했는데 책만 조금 읽다 잠들었다. 검사 결과가 50을 넘었다는 것은 좋고 감사한 일인데, 역시 인간은 감사하기보다는 불평하고 걱정하는 쪽으로 쉽게 기우는 것 같다. 자기 전 문득 감사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오게 하신 것에 짧게나마 기도하며 감사했다. 이제 내일 아침 2차 검사가 남았다. 마음 같아서는 200 300 시원하게 올랐으면 좋겠는데, 마음을 비우는 동시에 기대도 해야 하니 언제나 마음이 갈팡질팡, 오락가락이다. 결국 언제나 그 말씀이다.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전제는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는 .. 2022/11/10 하나님을 원망하려고 했다가, 이건 원망이 아니라 슬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일어난 일이 슬프지만 내가 믿는 신을 원망할 일은 아니라는 걸 난 이미 알고 있고 믿고 있었다. 슬픔을 풀어내고 주시는 평강의 옷을 입으면 된다. 깨끗한 마음이 되기를 기도한다. Psalm 43 Send out your light and your truth; let them lead me; let them bring me to your holy hill and to your dwelling! 지난 주부터 오늘까지 이 말씀을 세 번 마주쳤다. 첫 번째는 화요일인가 수요일에 지하철에서 성경 읽다가. 아무 생각없이 읽다가 let them에서 them이 뭔지 잠깐 생각했다. 하나님이 나를 이끌어달라고 하는 구절이 아니었다. 당신의 빛과 진리가 나를 이끌게 해달라는 것. 두 번째는 목요일 밤에 채널 돌리면서 잠깐 본 다큐ㅡ천사의 시ㅡ의 마지막 부분에 이 말씀이 나왔다. 눈을 의심했다. 세 번째는 지금 읽고 있는 '밤에 드리는 기도' 감사의 말 마지막 문장. 책을 읽으면서 시편으로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을 계.. 아침이 밝아 올 때에 Paul Baloche의 Your name은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As morning dawns and evening fades You inspire songs of praise 우리말 가사는 이렇게 번안되어 있다. '아침이 밝아 올 때에 찬양의 맘 주시네' 찬양의 마음이 생길 때도 있지만, 아침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너무 괴로워서, 너무 아파서, 그냥 이 밤으로 모든 게 끝났으면 좋겠다 싶은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 몸에 새겨진 회복에 대한 기대는 또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플 때, 약을 먹고 치료를 받고 당연히 나아질 것을 기대하는 나를 보며 새삼스레 깨달은 게 하나 있다. 그 어느 것으로도 치료가 되지 않을 때가 오겠구나, 그때 나는 내 아버지의 집으로 가는..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