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31) 썸네일형 리스트형 할머니 지난 수요일에, 태어나 처음으로 유가족이 되었다. 엄마의 엄마,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가 88세를 일기로 하나님께로 가셨다. 앨범 사진 속 남아 있는, 내가 4-5살쯤 되었을까. 가족들 모두가 같은 색 한복을 입고 사진 찍었던 날. 그 사진 속 젊은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또렷한데. 본인도 국수를 좋아하셔서 우리가 가면 자주 잔치국수를 해주셨는데 그래서인지 엄마도 나도 국수를 너무 좋아하고, 짜장면 집에도 냉면 집에도 같이 자주 갔던 기억. 특히 생신은 항상 중국집이었다. 나의 면사랑은 다 할머니에게서 왔나보다. 밥 먹을 때는 꼭 내가 먹는 걸 미소 지으며 지켜보면서 맛있냐고 물어보시고, 더 갖다줄까 물어보셨는데 위가 작은 나는 그때마다 항상 배가 불렀지. 안 믿는 집에 시집 와서 예수 믿는다고 늘 구박하.. 2020/07/08 모종의 이유로 술과 커피를 조금 줄였는데(끊은 것 아님) 이게 또 줄이는 데에도 나름의 재미가 있네? 건강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기호식품 섭취를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요즘은 우유도 거의 안 먹는다. 아몬드유와 두유로 바꿨고, 치즈를 못 피하고 있긴 하지만 유제품도 줄이려고 노력 중. 우울한 일들도 있지만, 밤에 자기 전 베개에 머리를 묻을 때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안심되는 마음과 포근함, 스벅에서 오늘의 커피를 주문했는데 내리는 데 5분이 걸린다고 해 -아 지금 내리는구나 알게 되고 - 갓 내린 커피를 기다리고 홀짝 마실 때의 기분, 도서관에서 빌린 원서의 종이냄새를 두세번 킁킁대며 맡게 되는 순간 등이 모여 나를 위로하고 앞으로 걸어가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아주 대단한, 믿는 구석이 있는.. 꿈 지난밤 꿈에서 나는 형사였다. ㅎㅎㅎ아무래도 경찰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게 아닐지.. 탐지견이 어떤 지점에서 멈춰 섰고, 나는 이제 덮여 있는 게 뭐가 됐든 발굴을 시작해야 되는데아무리 생각해도 무서워서 못 하겠는 거다. 손이 갑자기 턱 나타날까봐 두려워..그래서 나 대신 누구를 시키지 누구한테 대타를 부탁하지 우왕좌왕 고민하다가 깨어남. 이런 형사가 어딨냐 증말.. 아니 그리고 생각해보니 발굴도 일반 형사가 아니라 과학수사팀에서 할 것 같음.. 2018년 7월 10일 오늘은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반납하고 새로운 책을 빌렸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 GS25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인 H를 만났다. 가는 길의 초록과 트위터에서 추천받은 Mondo Gascaro의 앨범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앞에 편안하고 행복한 일만 가득할 것 같은 그런 느낌. H와 20분 정도만 있다 나오려고 했는데 마침 새 물건이 왕창 들어와서 정리를 도와줬다. 모든 자취러들이 그렇지만 내게도 편의점은 방앗간 수준이었고, 그때 수없이 사먹었고 사먹지 않아도 눈에 익은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H가 많이 고마워했고.. 나는 솔직히 그 일이 재밌었다.. 물론 단 한 번이기에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안다. 집으로 걸어오면서는 J와 한 시간 가량 통화했다... 2018년 6월 10일 남편은 예전 교회 다닐 때에 방송실에 몇 년 간 속해 있었다.대개 작은 교회 방송실의 상황은 열악하기 때문에 사람이 아무리 빠릿하게 해도 기계의 느림(?)과 버벅댐에 의한 딜레이와 사고가 종종 생긴다. 물론 사람도 실수를 하고. 지금 다니는 교회는 상가 4층이고, 장비라고 해봤자 믹서 하나, 프로젝터, 모니터 두 개, 스피커 몇 개 수준.큰 규모는 아니지만 고등학생인 S가 컨트롤 하기에는 아마도 정신이 없으리라. 하루에 한 두번은 실수가 있다 ㅎㅎ 어제도 찬송가의 4절이 나올 차례인데 갑자기 성시교독문이 화면을 꽉 채웠다. 우리 시야에는 없는 S의 당황하고 있을 (너무나 귀여운) 모습이 눈에 선히 그려지고 우리 둘다 그 순간의 식은 땀을 너무도 잘 알기에 둘이 마주 보고 싱긋 웃었다. 웃던 그 순간에 나.. 2018년 4월 10일 1.4월은 한 해 중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생일이 있어서기도 하고, 겨울의 끝을 제대로 맺고 봄으로 넘어가는 그 기분(어수선하기도 하지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괴로운 것들도 있지만 팟캐스트와 다가오는 금요일의 연주와 리디북스의 십오야와 기대되는 약속을 기다리면서 하루 하루 산다. 2.이를 꽉 깨물어 볼 안쪽에 생긴다는 줄은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없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계속 의식이 될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를 꽉 깨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도 많고. 게다가 오른쪽 중지가 아프다. 힘이 좌우 방향으로 가해졌을 때 그러한데, 내일까지 지켜보고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갈 요량이다. 잠은 자도자도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 체중이 증가해서 그럴 수가 있다는데, 요즘 통 몸을 안 움직이기는 했다. 이.. 말러 이월 이십몇일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발터가 쓴 말러의 평전(이라고 하기엔 조금 가볍지만)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빳빳한 종이로 된, 8장의 사진으로만 이루어진 양면 페이지가 나왔다. 흑백의,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8장의 사진이었는데, 검은 수트를 입은, 신경과민으로 피곤해보이는 듯한 말러의 모습을 보는 순간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잘은 모르겠지만) 내 눈앞에 그가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갑자기 말러 그 자신이 느껴졌다. 그의 성품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런 것이 사진의 힘인가 싶었다.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