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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7 지난 주말이 생일이었는데, 자정이 지나자마자 두 사람에게서 축하한다는 인사와 함께 기프티콘 선물을 받았다. 나는 본래 카카오톡에 생일 공개를 설정해놓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알았나 싶어 물어보니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뜬다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너무 당황해서(왜 그렇게 당황했는지 모르겠다. 누구라도 더 보기 전에 지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앱에 들어가 비공개를 했는데도 아직도 보인단다. 결국 카카오스토리까지 깔아서 카카오톡과의 연동을 해지하고 탈퇴까지 해버리니 그제서야 아무 알림도 보이지 않는다. 축하해주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았냐 아직도 알림이 떠있냐 같은 이야기만 해대고 지금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다. 그렇지만 그냥 이런 상황이 나랑 안 맞다. 크게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2021/04/12 앤드류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을 읽는다.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는 이유로 내 문제를 말할 수 없는 게 아닌데, 어디 뭐라고 말할 데가 없네. 감사할 수 있고 기뻐할 수 있는 상태가 얼마나 좋은 상태인지도 다시금 깨닫는다. 삽화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그 구원 같은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읽었다.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영원이라는 게 있고 그 빛을 기억한다면 또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는게 아닐까? 오늘의 나에게 도움이 되는 조각이었다. 삽화를 겪는 이야기를 읽으며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아내 생각이 많이 났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곁을 지켜준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가족도 너무 중요하지만,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2021/04/10 친구가 아침에 산을 다녀왔대서 나도 오후에 뒷산에 올라갔다. 날씨가 아까웠다. 혼자 가도 괜찮을까를 항상 걱정해야 되는 게 짜증났지만 오늘은 그냥 갔다. 지난 번에 올라갔던 입구에 험상궂어 보이는 아저씨가 서 있어서 다른 입구로 올라갔다. 아주 조금 들어섰는데 방금 걷던 동네 길과는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았다. 연두빛 나뭇잎들이 바람에 속살대고 새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 그때 이어폰을 뺐다. 처음 가는 길이라 긴장했는데 감을 따라 방향을 잡다보니 내가 아는 둘레길이 나왔다. 걷다 보면 중간에 넓은 공터 같은 곳에 의자가 있는데, 거기에 앉아서 15분쯤 멍을 때렸다.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좋았다. 나무가 천천히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만 보면 그만이라는 사실이 좋았다...
3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기한이 있는 것이 나에게는 언제나 유용하다. 기한에 닥쳐 허접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기한이 없어 영영 아무 것도 안 내놓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낫기에. 어제 트위터에서 타고나기를 에너지레벨이 높은 사람들이 성공한다는 글을 보았는데, 십분 동의한다. 하이텐션 인간들이 뭐라도 할 거고, 그러면 돋보일 테고, 세상을 주도하게 되겠지. 로우텐션 인간들은 방에 누워있거나 혼자 걸어다니거나 웹상에 있다.. 그나마 웹이 부상한 시대라 이 정도지, 19세기 이전에 태어났다면 로우텐션이 (흔히 말하는) 성공을 하기는 더더욱 힘들었을 테다. 뭐 그래도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하이텐션 로우텐션을 떠나서 맞는 말이니 변명이 되지는 못 한다. 다만 그게 남보다 힘든 건 사실이라고... 영화 ..
2021/02/17 나는 대안적으로 살고 싶은 게 아니다. 나는 성경적으로 살고 싶은 것뿐이다. 나의 모든 발화가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런 발화는 하지 않기로 하자. 마음 속으로만 삼키는 걸로 하자.
다시 시작!
2020/10/22 1.최근 술을 안 마시고 있었는데 오늘 와인이 너무 마시고 싶었다. 레드든 화이트든 상관 없고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그 느낌만을 기대하며 (집앞에서 급하게 와인을 사야 할 때면 늘 들르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가는데 건물이 없는 거다?! 아무래도 안 간 사이에 없어진 듯.. 그나마 와인 셀렉션이 괜찮다는 이마트24에는 세 종류인가밖에 없고 세븐일레븐에도 없고 마지막으로 씨유에 갔다. 열 병 정도 있었는데 하나는 화이트 나머지는 레드. 그렇다면 레드 중에 골라야지. 그나마 마셔본 적 있는 몬테스 까베르네 소비뇽을 집었다. 가격도 얼마인지 모른 채.. 그러고 병을 들고 집까지 걸어오는 길 이 장면은 꼭 알콜중독자인데 하는 생각이 ㅎㅎ 뭔가 막막해서 며칠째 미루던 과업을 30분만에 끝내고 편안한 마음으로 ..
2020/10/07 봄과 가을과 겨울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뭘 고르지 고민하다가 나는 몇 번이나 더 가을이 오고 가는 걸 볼 수 있을까 가늠해본다. 부질없는 일인 걸 알면서도ㅡ그렇다면 할머니는 이번 가을을 끝까지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예견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면ㅡ당최 멈출 수가 없다. 가을이 너무 아름다운데 이상하게도 그래서 모자란 나를 받아들일 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