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의 이유로 술과 커피를 조금 줄였는데(끊은 것 아님) 이게 또 줄이는 데에도 나름의 재미가 있네? 건강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기호식품 섭취를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요즘은 우유도 거의 안 먹는다. 아몬드유와 두유로 바꿨고, 치즈를 못 피하고 있긴 하지만 유제품도 줄이려고 노력 중. 우울한 일들도 있지만, 밤에 자기 전 베개에 머리를 묻을 때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안심되는 마음과 포근함, 스벅에서 오늘의 커피를 주문했는데 내리는 데 5분이 걸린다고 해 -아 지금 내리는구나 알게 되고 - 갓 내린 커피를 기다리고 홀짝 마실 때의 기분, 도서관에서 빌린 원서의 종이냄새를 두세번 킁킁대며 맡게 되는 순간 등이 모여 나를 위로하고 앞으로 걸어가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아주 대단한, 믿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esv.org에서 plan 구독 전 trial 기간이 있는데 10가지 넘는 주석을 한 달 동안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제일 기특한 부분은 본문 스크롤을 내리면 그에 해당하는 주석 부분(페이지가 반으로 분할되어 있음: 본문ㅣ주석)이 나오도록 알아서 스크롤 된다는 것! 종이성경을 사면 온라인 주석 access key를 준다는데 그래서 중고를 살지 새 책을 살지 너무 고민이 된다. 중고를 사면 key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까. 올해 esv로 통독하는 게 목표인데 요즘 온라인으로 주석을 함께 읽으니 흥미가 제대로 붙었다. 근데 3-4월에 페이스 떨어졌던 게 커서 아직도 사무엘하.. 올해 안엔 어렵겠지만 끝까지 즐거이 읽기를.
여기에서 7/20까지 일하기로 했는데 그 이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일 덕분에 3개월 반 동안 잘 살 수 있었고 원래 계약기간보다 늘어난 셈이니 어떤 의미에서는 감사하기도 하고. 그러나 (제안이 있어도) 같은 장소에서 이어서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루 앞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이라지만 이 말을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낼 수가 있다니 ㅎㅎㅎ 재밌다고 해야하나 웃프다고 해야하나. 그치만 또 어떻게든 살아질 것이다. 비록 큰 틀에서 뭐가 잘 안 보일지라도, 하루하루를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살자고 또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