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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2018년 6월 10일

남편은 예전 교회 다닐 때에 방송실에 몇 년 간 속해 있었다.

대개 작은 교회 방송실의 상황은 열악하기 때문에 사람이 아무리 빠릿하게 해도 기계의 느림(?)과 버벅댐에 의한 딜레이와 사고가 종종 생긴다. 물론 사람도 실수를 하고.


지금 다니는 교회는 상가 4층이고, 장비라고 해봤자 믹서 하나, 프로젝터, 모니터 두 개, 스피커 몇 개 수준.

큰 규모는 아니지만 고등학생인 S가 컨트롤 하기에는 아마도 정신이 없으리라. 하루에 한 두번은 실수가 있다 ㅎㅎ 어제도 찬송가의 4절이 나올 차례인데 갑자기 성시교독문이 화면을 꽉 채웠다. 우리 시야에는 없는 S의 당황하고 있을 (너무나 귀여운) 모습이 눈에 선히 그려지고 우리 둘다 그 순간의 식은 땀을 너무도 잘 알기에 둘이 마주 보고 싱긋 웃었다. 


웃던 그 순간에 나는 이것을 기록해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눈빛 주고받기는 예로부터 많은 사람과 해오던 것이지만 이날의 눈빛과 미소는 (뭐 대단한 의미도 아니었는데) 왜인지 마음이 든든해지는 그런 것이었기 때문.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온 시간—알아온 시간은 어느덧 만 8년을 채웠다—그리고 그 시간에 담긴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녹아 있다는 그런 느낌 때문일까. 지금의 우리가 되게 한 시간, 이야기, 서로에 대한 앎, 신뢰 그 모두가 말이다. 


그 반짝이던 찰나를 잊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적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