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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a reader

속죄

속죄, 이언 매큐언, 문학동네, 2023

시원시원하고 대담한 구성과 섬세한 묘사 둘 모두가 돋보인다는 점이 그야말로 대단하다. 그런 의미에서 애트우드의 <그레이스>가 떠오른다. 내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나중에 읽을 사람들의 재미를 빼앗는 꼴이 될 것이고. 속죄의 구성 요건은 무엇인가 생각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에필로그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속죄’의 의미를 ‘지은 죄를 물건이나 다른 공로 따위로 비겨 없앰’이라고 알려준다. 여기서 이 ‘물건’이나 ‘다른 공로 따위’를 죄를 저지른 사람이 정해도 되나? 피해를 입은 사람이 그러한 속죄의 방식에 동의한다 해도 결국 죄를 ‘없앤다’는 개념이 가능한가…? 여기서 사전상 의미2인 신학적 정의까지 추가로 생각하면 논의는 더 복잡해진다.. X의 행동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수작. 이렇게 써놓으면 지루하고 어려운 소설 같은데 아니고 완전 흥미진진한 페이지터너입니다. 영화 어톤먼트에서는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