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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a reader

읽는다는 것

읽는다는 것, 강영안, IVP, 2020

 

성경 읽기에 관한 책이지만 읽기 그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경전이란 문자로 되어 있기에 문자에 대한 동서양의 전통을 먼저 다루는데, 부정적인 의견이 재미있어서 정리해둔다. 플라톤은 문자를 탐탁지 않게 여겼는데 일어나고 있는 일의 생생함을 전달할 수 없고 기록한 이로부터 멀어지면 왜곡될 수 있고 망각을 초래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논의에서 데리다가 빠지면 섭한데 나옵니다ㅋㅋ) 이데아를 중심으로 하는 플라톤 사상을 생각하면야 문자로 변환되기 이전의 그 생생한 체험이 중요하지만 진리가 혹은 지식이 그렇게 특정한 사람에게만 구전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답답한 일이다. 왜곡 가능성과 관련해선 플라톤님 현대인들은 그 과정을 통해 더 풍성한 읽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답니다.. 작가를 떠난 텍스트는 더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라고 하는 마당에. 망각은 개인 차원에서는 일어나는 게 맞지만 인류와 역사의 차원에서는 정반대가 된다. 문자 덕분에 얼마나 많은 지식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 올 수 있었는지.

읽기에는 능동성과 수동성 모두가 수반된다는 이야기도 성경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모든 읽기에 적용되는 게 아닌가 싶다. 어느 순간 방어할 수 없는 지점,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지점에까지 몰아가는 텍스트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 텍스트를 만나고 나면 이전과 같을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읽기는 결국 삶과 떨어질 수 없다는 메시지. 심심풀이로 읽는 글조차도 결국은 내가 실제로 살고 있는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나는 믿는다).

전부를 꼼꼼하게는 못 읽었는데 각 장의 추천도서가 유익하여 메모해두었다. 또 다른 책으로 인도해주는 책들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