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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a reader

거실의 사자

<거실의 사자>, 애비게일 터커, 2018.


집사이거나 집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작금의 시대에! 고양이를 파헤친 귀여운 책이 나와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인 마티에서 나와서 더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모든 내용이 고양이의 '귀여움'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내용을 여러 가지 알게 됐다. 


(0) 고양이도 가축화를 겪었지만 개만큼 인간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밸런스가 더 잘 맞는 편. 아니 이제 우리 쪽에서 고양이를 더 필요로 하는 듯하다.

(1) 고양이는 어마어마한 번식력(토끼 수준)을 갖고 있어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대표적인 침입자 중의 하나다. 고립되어 자신만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던 외딴 섬에 소수의 고양이가 들어온 이후 멸종한 종이 생기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2) 고양이과 동물의 장에만 안정적으로 서식하는 톡소플라즈마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 이게 재밌는데. 톡소플라즈마가(?) 고양이과 동물 즉 숙주에게 다시 들어가고 싶어서 중간숙주, 가령 쥐로 하여금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다는 이론이 흥미로웠다. (그래야 고양이가 쥐를 먹고 기생충은 고양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사자 앞에서 공포를 느끼지 않았던 경우를 떠올리면서 혹시 톡소플라즈마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보는데. ㅋㅋ 믿거나 말거나. 많은 사람들이 이미 톡소플라즈마를 보유하고 있는데, 보통은 별 문제가 없지만 임신 중 감염은 태아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되어 많은 임산부들을 걱정시키는 듯하다. 그러나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여 감염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네요..

(3) 예쁘고 희귀한 고양이를 만들기 위한 교배 시도들. 글쎄 나는 우리가 먹는 동물들도 그렇고 우리가 키우는 동물들에 대해서도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잘 모르겠다. 전자에 관해서는 별 생각 없었지만 최근에 부모님 집에서 곧 키우게 될 강아지를 만나고 나서 생각해보게 됐고 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동물을 키우는 것이 정말 동물에게 좋은 일일까 고민하게 된 것. 우리가 주는 보호와 음식이 정말 동물을 위한 것일까? 동물의 귀여움과 매력을 착취하고 있는 것만은 아닐까.. 가축화된 동물과 야생동물을 구분하고 그 습성을 감안, 고려해야겠지만 말이다.

(4) 우리는 인간이 고양이를 길들였다고 생각하지만 고양이 역시 우리를 길들인다. 개와 비교하면 확실히 와닿는 부분.


이 책을 읽은 이후로 고양이짤이나 고양이들을 보게 되면, 그들의 조상 즉 우리와 공생하기 전 야수로서의 느낌이 충만한 야생 고양이가 자꾸 생각나서(지금의 고양이에게도 맹수적 기질이 남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갭차이에 더 반하게 되는 것. 무슨 세월을 지나서 너는 이렇게 집안에 사는 귀여운 생물이 되었지 하면서 말이다. 



매우 의미심장하나 한 가지 우연은, 고양이와 인간이 동일한 조상을 공유했던 때가 약 9200만 년 전임에도 고양이는 이상하게도 우리와 닮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점은 인간의 갓난아기와 닮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늘 말하는 고양이의 '귀여움'은 그저 우연적이거나 무해한 특성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애써 분석하고 연구하는 몹시 특수하고도 강력한 외모적 특징의 집합이다. 고양이는 운이 좋게도 오스트리아 생태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아기 해발인'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기막힌 조합을 갖추고 있다. 아기 해발인이란 인간 아기를 연상하게 만들어서 호르몬이 쏟아져 나오게 만드는 외모적 특징을 말하는데 동그란 얼굴, 통통한 볼, 넓은 이마, 큰 눈, 작은 코 등이 여기 속한다. p. 94.


지금으로서는 고양이가 진화를 통해 얻은 습성과 타고난 외모를 이용해 우리를 대상으로 은근한 통제력을 행사해왔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고양이가 우리의 동물이 된 것처럼 우리도 고양이의 동물이 되었다. 고양이는 별다른 보답도 없이 우리의 음식을 먹었다. 그러는 사이에 훨씬 더 원대한 정복의 꿈을 꾸었다. p. 99.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비할 데 없이 빠른 속도로 포유동물이 멸종을 향해 가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고양이가 포유동물의 생존을위협하는 단일 요소 가운데 가장 위험한 요소라고 못 박았다. p. 107.


고양이가 전혀 없을 것 같은 지역의 한 숲에서 사람들이 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있는데 모르는 고양이가 어둠을 헤치고 다가와 그 틈새에 끼어 앉았다는 기록이 있다. p. 129.


-> ㅋㅋㅋ 어디에나 있는 고양이


일본에서 실시한 어느 연구에서 학자들은 고양이의 귀 움직임을 분석해서 고양이가 주인의 목소리를 알아들으며 일부러 대답하지 않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p. 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