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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the place

2019/09/17 지베르니-파리

우리의 시트로앵이 나중에 오실 부모님 짐까지 싣기엔 너무 작아, 파리에 가서 캐리어 하나를 한국으로 부쳐야 하는 날. 다행히 캐리어째로 택배를 부쳐주는 곳이 파리에 있어 카톡으로 예약을 잡았다. 

 

가는 길에 들른 곳이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를 포함해 지나간 모든 작은 동네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프랑스는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어디를 가나 미감을 만족시키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향유할 거리도 자연도 너무나 많은 곳. 

 

이름을 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종류의 꽃이 넓은 공간에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다. 집에서 정원을 굽어볼 수 있는 그런 구도. 꽃이 만발한 정원을 지나면 연못이 나오고 모네 그림에서 많이 보던 수련과 다리를 볼 수 있다. 반 고흐 전기 독서를 참고해보면 모네는 당대에 이미 유명세를 얻었는데, 그 때문에 교외의 이런 넓은 개인 공간을 가질 수 있었겠구나 싶다. 집 안에는 실제 모네가 사용했던 물건들, 당시 생활도구의 모조품들이 사이좋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적한 곳에 가서 예쁜 정원을 보고 온 건 좋았지만 딱히 모네가 느껴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그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겠지. 이런 환경에서 그런 그림이 나왔구나, 하는 정도. 기념품 가게에는 살 게 정-말로 없어서, 항상 뭔가 사야지 마음먹고 들어간 나를 슬프게 한다. 꽤 큰 샵을 두 바퀴나 돌았는데 빈 손으로 나왔다. 근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작은 마을을 잠시 산책하고 차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보낼 짐을 한 캐리어에 몰아 담아야 했기에 사람이 꽤 많았던 주차장에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캐리어 두 개를 열어 짐을 쌌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 파리에 입성, 택배회사 주차장 문이 잠겨 있어 잠시 위기가 찾아왔으나 어떻게 또 들어가 짐도 무사히 부치고 나왔는데. 오랜만에 대도시 그것도 유럽의 거의 최대 도시에 들어갔다 나오니 정신이 아찔했다. 교통체증이며 엄청난 오르막과 내리막, 복잡한 신호.. 파리에서 살아 나오니 마음이 얼마나 편하던지. 프랑스 여행 간 사람들이 제일 많이 가는 곳은 어디일까? 답은 당연 파리일 텐데 거기서 한 일이라곤 택배회사 가서 캐리어 부친 것밖에 없는 우리. 나야 십 몇 년 전에 가보기라도 했지 남편은 프랑스 두 번 갔는데 그 두 번 일정 다 파리는 없었다. 내가 안 넣었기 때문.. 생각해보니 미안하네, 나중에 가자.

 

국경도시 릴로 이동해 하루 자고 브뤼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