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8.
2015년 봄 교향악축제 서울시향 협연자가 조성진이었다. 나는 그날 공연의 예매자였는데, 사정이 생겨서 당일에 표를 취소했다. 그해 가을 조성진이 쇼팽콩쿨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나서 예매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아니 음반은 끝내주는데 직접 들어볼 수가 없으니까 더 궁금하고 오기가 생기는 거 아시죠.. 이번 투어도 거의 포기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예상 외로 체류가 길어지는지 경주 공연이 생겼다. 아무래도 경주니 예매가 좀 쉽겠고, 대구 공연 예매 때 눈앞에서 표가 속수무책으로 사라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다음에 예매할 땐 어떻게 해야겠다- 감이 생긴 덕에 2층 중간블럭 1열 예매에 성공했다. 물론 이날도 30초컷이긴 했다... 동생한테도 부탁했는데 나는 성공하고 걔는 실패함(금손증명).
슈만, 시마노프스키, 브람스까지 들었을 땐 지금 그에게 꼭 맞는 옷은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런 딱 떨어지는 연주 들을 일이 많이 없긴 한데 ㅎㅎ 그래도 조성진이라고 하니 조금 더 기대하면서 갔나보다. 시마노프스키는 처음 들었으니 모르겠지만 슈만, 브람스는 내가 더 좋아하는 슈만, 내가 더 좋아하는 브람스가 있고, 그 목록에 조성진이 추가되진 않았다. 물론 미스터치도 거의 없고 테크닉이나 아티큘레이션도 흠잡을 데가 없다. 내가 감히 무슨 말을 보태랴? 근데 그 다음부터는 그냥 취향 차이.. 넘어가기로 하자. 오히려 최근 음반에 실린 방랑자나 리스트 소나타를 들었으면 어땠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쇼팽은.. 뭐라 해야 할지. 그냥 찰떡이었다. 이보다 멋진 스케르초를 만날 수 있을까 싶은? 내게 스케르초는 어떤 시절에 대한 향수인데, 그리움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연주였다. 나 개인에게도 말을 거는 연주지만, 객관적으로도 누구나 설득될 만한 연주였다고 생각한다. 아마 쇼팽 스페셜리스트라는 말이 부담스럽거나 싫겠지만 쇼팽을 좀 더 많이 쳤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정말 잘 어울려. 공연이 3시, 7:30 두 번이었는데, 사람들이 극찬하는 시마노프스키와 마스크와 스케르초가 하나 더 있어서 저녁 공연을 예매한 거였는데.. 3시 공연에서 앵콜까지 합쳐 스케르초 전곡을 해주었다니 거기로 가는 게 맞았을런지.
taste/a liste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