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이런 문장이 유행인가? 심드렁하게 묻지만 속에선 불꽃축제가 한창이다. 황홀하다. 어쩌면 나는 유행이 정확하게 겨냥하는 사람일지도. 그러나 읽다 보니 역시 유행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하긴 사람을 황홀하게 만드는 글이 어떻게 번지르르한 문장으로만 가능하랴? '행복을 믿으세요?'라는 글은 큰 소리로 모두에게 읽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이 사람 나인가? 싶은 순간이 몇 있어 놀랐는데,
영혼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평범한 사람들의 묘지를 지나치지 못하고
수도사가 되고 싶었으며
(정원님의 경우가 더 진지하긴 함)
행복이란 개념을 열심히 의심한다는 지점에서 그랬다.
그러나 그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길의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소록도에서, 폐쇄 장기병동에서 봉사를 한다.
나는 그에 비하면 아주 좁은 품을 가진 사람이다.
나인 듯 내가 아닌 사람을 읽으면서 시가 쓰고 싶었다. 아니 시가 쓰고 싶다는 게 말이 돼? 나와는 너무 먼 언어인데. 시를 껴안은 고운 산문을 전에 읽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걸까 곰곰 생각해보지만 아니다 이건 이 사람이 부린 마술이 맞아. 알라딘에 이런 별점평이 있다. "한정원은 누굴까?? 우리 모두는 한정원의 다음 책을 기다린다." 정말이다. 한정원이 누군지 궁금하고, 나도 그의 다음 책을 기다린다.
taste/a r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