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제로 공개 글을 쓸 거라고 처음에 생각이나 했을까!
주위 사람들 중에도 내가 시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런데 이렇게 민낯의 제목을 달아놓은 것은, 뭐 쓰면서 내 마음 시원하자고 하는 것도 있겠지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여성들로부터, 그들의 글로부터 너무나 많은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같은 고통을 함께 겪고 있다는 것, 그리고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에도 누군가는 또 용기 내어 도전한다는 사실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용기로 다가왔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위안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써 본다.
지금 나는 만 32.7세. 상황은 동결 3차 종료(되기 직전).
- 처음 채취할 때 오비드렐 데카펩틸 시간 잘못 알고 놓아서 ㅎㅎ (병원에서 준 종이 제대로 체크 안 함) 수면마취하고 채취했는데 열 몇개인가가 죄다 공난포였다. 의사 선생님 하얗게 질려서 남편을 급히 찾았다는데, 주사 잘못된 시간에 놓았다는 것을 알고는 오히려 안도하셨다. 약 제대로 먹고 주사 제대로 놨는데 이런 결과라면 큰 문제가 있는 것이기에. 마취 깬 나는 절망적이었지만 선생님 말씀이 맞다고도 생각했다. 그후 일주일 간은 엄청나게 자책하면서 보냄. 공난포라 정부지원금도 다 반납했다.
- 두 번째 채취는 잘 돼서 동결배아를 10개 넘게 만들었다(아, 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1-2차 안에 끝날 줄 알았다.
- 동결 1차 5일 배양 1개 화유(피검사 1차 29, 2차 12? 기억도 안남)
- 동결 2차 5일 배양 1개 화유(피검사 1차 14?)
- 동결 3차 3일 배양 2개 화유(피검사 1차 49, 2차 44, 이번 주에 종결 예정)
2차 실패하고 나서 습관성유산 검사를 했는데 혈전 경향이 조금 있어서 3차에는 아스피린, 크녹산 추가됐으나 결국 착상 유지가 안 됐다. 선생님은 세 번 다 착상은 됐으니 이제 배아유전자검사인 pgt-a를 보내보자고 하셨다. 그게 지난 토요일이다. 그날 좀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아직 할 수 있는 게 남아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배아 하나당 검사 비용이 35만 원인데ㅋㅋ(헛웃음) 이식 준비했는데 pgt 통과배아가 없으면 어떡하지..
시험관을 하다 보면 질문이 참 많이 생긴다. 시술 과정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수시로 찾아온다.
이번엔 착상 유지가 될까?
pgt 통과할 수 있을까?
통과하면 통과한 배아가 무사히 자랄까?
남들은 가지기 싫어도 잘만 가지는 아이를 나는 왜?
벌써 돈이 많이 들었는데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할까?
그만두어야 하는 시점을 내가 잘 분별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이 과정을 통과하고 있을까? 여기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신앙을 가지고 있기에 내가 믿는 신과 가까워진 건 사실이었지만 그리고 감사한 것도 많았지만 정말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 같다. 노력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도 한몫한다. 열심히 하는 거랑 별 관련이 없다.. 점점 더 운명론자가 되어가는 듯하다. 자꾸만 나도 모르게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내가 너무 부정적인 사람처럼 보이네. 소망을 가지면서 동시에 내려놓아야 한다는 게 나에게는 불가능한 과제처럼 여겨진다. 엄마한테 pgt할 거라고 말했더니 엄마는 너는 어쨌든 참 긍정적이라서 좋네 하셨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용기 있고 씩씩하다. 그런데 금방 자신이 없어진다. 눈물이 난다. 짧은 순간에 낙관과 체념을 오간다.
하나 배운 건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 다른 모든 경험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상황(그게 무엇이든)에 대해 무슨 말이든지 하는 게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내가 사람들의 말에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