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aste/the place

2019/09/08 제네바-사라고사

사실 우리 여행의 애초 목표는 북유럽이었다. 그러나 '북유럽에 가겠다!'는 다짐 이외에 아무 계획도 일정도 없던 우리는 생각 없이 9월 둘째주에 스페인으로 여행을 온다는 친구에게 '그럼 스페인에서 만나서 같이 포르투 가자'라고 해버린 것(...) 동선과 재정을 생각하면 너무도 무모한 결정이었으나 언제 친구와 포르투를 가보겠냐고 자위해본다.

 

아무튼 친구를 마드리드에서 만나 포르투로 함께 가기로 했고, 친구의 빡빡한 여행 일정 상 우리는 차를 빌린 당일 제네바에서 사라고사까지는 가야 다음날 마드리드에서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아무 생각이 없어서 1,000km를 하루에 쏘려고 했던 건 아니고, DTS 마치자마자 바로 가려고 하니 이런 일정이 나왔던 것. 후회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1,000km 가야지뭐..

 

베른에서 기차 타고 제네바 공항 가서, 다시 택시를 타고 공항 프렌치 섹터로 갔다(당일 보딩패스 없으면  공항 통해 스위스-프랑스 오가는 것 불가/리스 대리점에서 프렌치 섹터로 픽업 오기로 함). 차를 정오 정도에 빌렸다. 수동인 건 알고 있었고, 그러므로 남편이 운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클러치나 엑셀의 감도가 너무 달라서.. 사거리 한복판에서 시동이 꺼질 줄은 정말 몰랐지. 여러 번 시동을 꺼트리기를 일주일 넘게 하고서야 비로소 조금 편한 마음으로 다닐 수 있었다.

 

다행히 제네바 시내도 문제 없이 빠져나오고 10시에 예약해둔 모텔에 도착하려면 부지런히 가자 생각했는데 역시 변수가 없으면 여행이 아니지. 프랑스 고속도로에 갇혀 3시간 동안 10km를 가는 불상사가 오후 3-6시 사이에 일어났다. 정체가 끝나고도 700km가 넘은 상황.. 결국 11시가 다 돼서야 국경을 넘었고, 새벽 2시 30분에 사라고사 도착. 구글맵에 찍어보니까 1077km, 9시간 30분 나오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14시간이라니.. 무조건 오늘 안에 가야 하니 중간에 잘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기름 계속 넣고, 통행료 무시무시한 프랑스+스페인에서 톨비 계속 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