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11) 썸네일형 리스트형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 데이비드 엡스타인, 2020 원제: Range 이 책을 읽기 몇 주 전에 '왜 사람들(나 포함)은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할까?'라는 질문이 떠올라 노트에 적었다. 경기와 상관없이 돈을 잘 벌 수 있어서?(사실일까?) 뭔가 한 분야에 정통한다는 건 멋있으니까? 아직 답은 잘 모르겠다. 멋있긴 한 것 같다. 아무튼 전문가 혹은 전문직에 사람들이 선망을 가지는 건 확실하고, 전문가의 말이라면 신뢰를 보낸다. 그러나 정말 전문가가 되는 것만이 성공적인 삶의 열쇠일까? 꼭 그런 건 아니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이 자기의 신념과 부합하는 자료를 찾아 접하면서 확증편향/자기합리화가 강화된다지만 나는 어쩜 이렇게 이 책을 잘 찾아냈는지, 이 책이 "그래 너는 잘못 살고 있는 게 아니야"라고 해주는데 엉뚱한 위로.. 2019/09/15 생떼밀리옹 와인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잘 알지는 못한다. 현백 와인샵에 가서 가격대 말하고 지금까지 우리가 산 와인들 목록 중에 좋았던 걸 말하면 그에 따라서 추천 받는 방식으로 제일 많이 마셨고, 남편 퇴사 후에는 노브랜드 3리터 벌크 와인을 꽤 좋게 마셨다. 특히 레드는 진짜 괜찮음ㅋㅋ 이런 처지이니.. 솔직히 일정 수준 이상이기만 하면 그 위의 와인들은 구분이 안 되며 와인이라면 그냥 웬만하면 두팔 벌려 환영하는 사람으로서 생떼밀리옹은 최고급 와인을 마셔보자! 라기보다는 그냥 포도밭 구경하고 와이너리 한 번 가보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생떼밀리옹은 보르도에서 30km 정도 떨어져 있다. 마을. 마을이라고 부를 정도의 사이즈이고,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로마인들이 포도를 심었던 .. 2020/09/14 보르도 와. 거의 한 달만에 쓰는 여행기! 이렇게 게을러서야 뭘 하겠냐는(비약이지만, 거짓도 아닌) 생각을 하면서 시작. 전날 저녁 탕진잼으로 맛있는 음식과 술을 야무지게 위장에 집어넣고는 토요일 아침 조금 늦게 일어났다. 생각해보면 여기서부터 좀 꼬였다. 일정이 조금씩 딜레이되면서 원하는 것들을 못 했기 때문. 숙소가 외곽에 있어서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니 거의 11시가 다 되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도심이 크고, 광장이 거대했으며 그래서 눈이 시원시원했다. 보르도는 무조건 보르도 와인이 아니겠는가. 와인박물관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내가 크기 때문에 시내 안에서도 트램을 타야 하고, 숙소까지 가는 데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니 그 두 가지 비용 + 한 가지 액티비티만 더 해도 보르도 시티패스 2.. 2020/07/08 모종의 이유로 술과 커피를 조금 줄였는데(끊은 것 아님) 이게 또 줄이는 데에도 나름의 재미가 있네? 건강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기호식품 섭취를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요즘은 우유도 거의 안 먹는다. 아몬드유와 두유로 바꿨고, 치즈를 못 피하고 있긴 하지만 유제품도 줄이려고 노력 중. 우울한 일들도 있지만, 밤에 자기 전 베개에 머리를 묻을 때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안심되는 마음과 포근함, 스벅에서 오늘의 커피를 주문했는데 내리는 데 5분이 걸린다고 해 -아 지금 내리는구나 알게 되고 - 갓 내린 커피를 기다리고 홀짝 마실 때의 기분, 도서관에서 빌린 원서의 종이냄새를 두세번 킁킁대며 맡게 되는 순간 등이 모여 나를 위로하고 앞으로 걸어가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아주 대단한, 믿는 구석이 있는.. 2020 상반기의 책 책을 읽을 때마다 늘 조그만 메모라도 남기자고 다짐한지가 어언 2년 정도 된 것 같은데, 그 간단해 보이는 게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 아니 책 제목만이라도 적어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 전에 읽은 책들에 대해 작게라도 적으려니 사실은 진짜 책 내용보다는 지금 내 생각, 기분과 많이 섞인 감상이 되겠다. 하긴 그게 뭐가 중요하겠나. 결국 책은 읽히려고 있는 것이니. 수용자인 내가 지금 이러이러하다는데 . 1. 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 / 김영봉 / ivp 2.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 론 파워스 / 심심 https://winterwald.tistory.com/75 3. 여름의 책 / 토베 얀손 / 민음사 4. 브라운 신부의 순진 /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 열린책들 .. 2020/06/23 벌새 시나리오집을 읽다. 138분으로 만들기엔 좀 짧지 않나 하는 생각. 물론 영화로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거라는 것도 안다. 나의 기억을 건드린 장면은, 은희가 밤에 아파트 다른 동을 물끄러미 보는 씬. 가족들이 다 자는 밤, 불 꺼진 거실에 나와 아파트 앞 동에 불 켜진 집을 하나하나 세고 가만히 바라보던 기억. 그래도 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이 순간에 같이 깨어 있구나, 하는. 그런데 내 머리속에 그려지는 그 풍경과 일치하는 아파트 단지가 내가 살아온 현실에는 없다. 현대 2차도, 럭키도 아니야. 그 그림은 어디서 왔지? 시나리오 뒤에는 쟁쟁한(부정적인 의미 아님) 사람들의 평론?이 실려있다. 어쩌면 이 파트가 더 좋을 수도. * 앨리슨 벡델과의 인터뷰에서 김보라 감독은 이 이야기를 다 .. 2019/09/13 보르도로 가는 길 북쪽으로 올라가는 수많은 길 중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어디를 들르고 싶은가 상의한 끝에(그래봤자 만 하루 내에 이루어진 결정이긴 함) 보르도를 가보기로 했다. 최종 목표인 노르웨이와 현 위치 사이에 가고 싶은 곳들의 점을 찍으면 루트가 완성되는 거고, 그 첫 번째 점이 보르도였다. 보르도에서 보르도 와인을 마셔보고 싶기도 하고, 넓게 펼쳐진 포도밭 구경도 하고 싶고, 그 정도. 그런데 보르도 이야기가 나오려면 멀었고, 아직은 히혼이다. 이날까지 데이터 없이 어떻게 다녔나 싶다. 아침에 큰 몰에 입점한 오렌지에 가서 15G 유심칩을 샀다. 이때 6-8주짜리를 샀어야 됐는데 한 달짜리를 사서 나중에 불운한 일이 펼쳐진다. 칩은 문제없이 잘 인식됐고 드디어 데이터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음악도 듣고 실시.. 2019/09/12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히혼 친구와 이 날 오전에 뭘 했던가? Manteigaria라는 에그타르트 집을 하나 더 찾아 맛을 보고, 점심을 먹고는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갔다. 3박 4일 합류가 끝나고 친구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3일 전에 마지막으로 운전한 후 주차해둔 차에 짐을 실어 출발하는데, 공사중이라 막힌 길도 나오는 등 포르투 시내 운전에 진땀을 빼며 친구를 공항에 내려주었다.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 계획이 없던 우리는 근처에서 제일 유명한 곳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갔다. 정말 단순히 그 이유였다. 우리는 어차피 북쪽으로 올라가야 했고, 즉 할 일이라고는 올라가는 것밖에 없었고, 그저 그 (노르웨이나 덴마크에) 올라가는 길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가 우리가 생각해야 할 내용의 전부였다. 올라가는 김에 '그' 산티아고에나 ..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