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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 1. 자신을 이렇게 친밀한 존재로 느끼게 하는 사람의 글쓰기는 대단한 것이다. 물론 여자들의 이야기가 대체로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고. 2. 어린 시절의 이야기까지 어떻게 이렇게 세세하게 썼을까? 일기를 썼을까? 함께 읽은 친구 말로는, 어린 시절 부분은 이미지나 느낌으로 많이 표현되어 있고 최근으로 올수록 (상세한 인터뷰의 녹취록을 참고했으므로) 사건 중심이고 구체적인 것 같다고 하는데.. 아무리 이미지나 느낌이라지만 그렇게까지 기억하고 표현하는 게 놀라웠다. 3. 목차 구성과 제목이 좋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미셸을 잘 표현해준다. 여전히 -ing한다는 느낌도.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다윈 spirit의 악의 기원이라니 이게 무슨 말일까 했다. 제목의 의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읽기 시작한 것. 그런데 그럴 만도 했던 것이 다윈 영이 주인공의 이름이었고, 소년이 하나의 미스터리와 만나고 풀어가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악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배경이 가상의 국가인데다 작가의 문체가 독특해서 처음 보는 스타일의 소설이었다. 단어나 사유의 조합이 신선한데, 단순히 신선한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심리나 풍경 묘사, 세계에 대한 통찰이 탁월하고 정확하다. 가령 다음과 같은 문장들. 하늘에 옅은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독립적으로 세상을 떠돌던 눈송이들이 땅에 닿는 순간 무명의 공동 무덤으로 합쳐져 들어갔다. 눈송이가 묻힐 곳을 고르느라 머뭇거리면 어떨까. 꽃잎..
지난밤 꿈에서 나는 형사였다. ㅎㅎㅎ아무래도 경찰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게 아닐지.. 탐지견이 어떤 지점에서 멈춰 섰고, 나는 이제 덮여 있는 게 뭐가 됐든 발굴을 시작해야 되는데아무리 생각해도 무서워서 못 하겠는 거다. 손이 갑자기 턱 나타날까봐 두려워..그래서 나 대신 누구를 시키지 누구한테 대타를 부탁하지 우왕좌왕 고민하다가 깨어남. 이런 형사가 어딨냐 증말.. 아니 그리고 생각해보니 발굴도 일반 형사가 아니라 과학수사팀에서 할 것 같음..
- https://itunes.apple.com/kr/post/sa.b2c2d660-e957-11e8-b600-17678ef0da58 세상엔 아름다운 것이 너무나 많아서 항상 들뜨고 초조한 마음
문장의 빛 연약하지만 곧은, 이런 문장의 빛이 우리 앞을 환히 밝힌다. , 김진영, 2018.
농부가 되는 꿈 , 종합재미상사, 2018. 우리 두 사람은 막연히 농부가 되기를 꿈꾼다. 사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말이다. 비슷한 꿈을 가지고, 그러나 우리보다는 훨씬 이 분야에 관심도 경험도 많은 부부가 농부로서의 삶, 농업공동체를 경험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났다. 그리고 직접 보고 듣고 몸을 움직이며 알게 된 여러 가지 사실과 생각들을 이 책에 담았다. 읽으면서 농사도 농사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땅과 물과 산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 부부와 이들이 방문한 농부들 모두가 농사뿐 아니라 환경을 고민하는 삶의 방식을 택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겠지. 내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남기고 가는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주 조금만이라도 더 땅과 물..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신형철, 2018. 슬픔 그리고 눈물은 내가 오래 전부터 연구하고 싶은 주제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 갈지에 대해서는 전혀 계획이 없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언젠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그래서 이 책이 반가웠다. 제목만 보고는 슬픔에 대한 연구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슬픔에 대한 부분은 한 챕터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른 주제로 모은 에세이들이었다. 슬픔 챕터에서도 그가 쓰고 모아온 다른 글들보다 이 챕터를 엮기 위해 새로 쓴 챕터 서문이 가장 밀도 있고 내용이 좋았다. 그런 글들로만 꽉 채워진 책이 있으면 좋겠다. 알라딘에서 이 책의 별점과 페이퍼를 보다 발견한 글에서 한 독자는 다음과 같이 소회를 말했다. 이 저자의 에세이 모음보다는 더 진득하고 깊은 ..
수렵채집인의 생활 , 대니얼 리버먼 저, 김명주 역, 2018. 이 책의 9장을 읽던 날 나는 뛰쳐 나가 달리기를 하고 그날 저녁으로는 찐 단호박과 파프리카를 먹었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크게 어렵지 않고 서술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방식이며 무엇보다 호소력이 짙다. 그러니 당장 나가 뛰었지.. 유인원에서부터 시작하는 인류의 진화사를 다루면서 전하고자 하는 요지는 간단하다. 우리의 신체는 수렵채집인의 환경과 생활에 적응해 있고 그러므로 그들의 생활방식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사는 게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라는 것. 현대의 많은 질병들이 불일치 질환인데, 이는 우리 몸이 적응해있는 행동/조건과 현대 사회에서의 우리의 행동/조건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들이다. 가령 우리 몸은 오랫동안 앉아 움직이지 않거나, 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