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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0 친구가 아침에 산을 다녀왔대서 나도 오후에 뒷산에 올라갔다. 날씨가 아까웠다. 혼자 가도 괜찮을까를 항상 걱정해야 되는 게 짜증났지만 오늘은 그냥 갔다. 지난 번에 올라갔던 입구에 험상궂어 보이는 아저씨가 서 있어서 다른 입구로 올라갔다. 아주 조금 들어섰는데 방금 걷던 동네 길과는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았다. 연두빛 나뭇잎들이 바람에 속살대고 새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 그때 이어폰을 뺐다. 처음 가는 길이라 긴장했는데 감을 따라 방향을 잡다보니 내가 아는 둘레길이 나왔다. 걷다 보면 중간에 넓은 공터 같은 곳에 의자가 있는데, 거기에 앉아서 15분쯤 멍을 때렸다.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좋았다. 나무가 천천히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만 보면 그만이라는 사실이 좋았다...
2019/10/06 스테가스타인 전망대, 플롬 교회 점심을 먹고 갈 곳은 스테가스타인 전망대. 플롬은 송네피오르드의 지류인 아울란드피오르드 가장 안 쪽에 있어서, 근처 스테가스타인 전망대에 가면 아울란드피오르드를 조망할 수 있다. 차를 가지고 왔다면 전망대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가면 되고(하지만 좁은 도로에 경사에 헤어핀이 많아 운전이 어렵다는 글을 많이 본 것 같다) 우리처럼 기차나 페리로 플롬에 왔다면 플롬 투어리스트 인포 앞에서 투어버스를 탈 수 있다. 예약은 아래 사이트에서. www.visitnorway.com/listings/stegastein-viewpoint/171495/www.norwaysbest.com/things-to-do/bus-services/stegastein-viewpoint/#booknow Stegastein Viewpoint E..
3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기한이 있는 것이 나에게는 언제나 유용하다. 기한에 닥쳐 허접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기한이 없어 영영 아무 것도 안 내놓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낫기에. 어제 트위터에서 타고나기를 에너지레벨이 높은 사람들이 성공한다는 글을 보았는데, 십분 동의한다. 하이텐션 인간들이 뭐라도 할 거고, 그러면 돋보일 테고, 세상을 주도하게 되겠지. 로우텐션 인간들은 방에 누워있거나 혼자 걸어다니거나 웹상에 있다.. 그나마 웹이 부상한 시대라 이 정도지, 19세기 이전에 태어났다면 로우텐션이 (흔히 말하는) 성공을 하기는 더더욱 힘들었을 테다. 뭐 그래도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하이텐션 로우텐션을 떠나서 맞는 말이니 변명이 되지는 못 한다. 다만 그게 남보다 힘든 건 사실이라고... 영화 ..
2019/10/06 플롬(Flåm) 드디어 나도 뤼세피오르드(프라이케스톨렌), 하르당에르피오르드(티세달, 오따 쪽)에 이어 송네피오르드(의 지류)에 가게 된 날. 노르웨이 인 어 넛셸(Norway in a nutshell)이라고 노르웨이 여행상품 파는 곳이 있다. 플롬 여행도 여기에서 파는, 오슬로나 베르겐에서부터 플롬에 다녀오는 교통수단을 패키지로 잡아주는 여행상품이 유명한데, 아무래도 각각의 교통수단을 따로 예약하는 게 더 싸기 때문에 나는 미리 기차표, 페리표 등을 각각 구매했다. 근데 이렇게 구매해도 결국 넛셸 산 사람들이랑 거의 같이 타고 다니긴 한다 ㅎㅎ 가는 길은 베르겐-보스-뮈르달-플롬까지 기차, 오는 길에는 플롬-구드방엔 페리, 구드방엔-보스 버스, 보스-베르겐 기차 이런 일정이다. 시즌과 날짜에 따라 다른 구성으로도 짤 ..
2019/10/05 베르겐 두 번의 경유로 만 하루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동해 베르겐에 도착한 부모님은 그야말로 파김치였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4시 정도? 다음날 아침 일찍 플롬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해서(!) 역시 쉬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지만(두 분의 나이와 체력을 고려하면) 그래도 베르겐 시내 정도는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인데 아깝지 않나 해서 시내 산책을 잠깐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구시가지까지는 걸어서 15-20분 정도? 가는 길에 그리그할렌ㅡ아마도 베르겐의 가장 큰 콘서트홀이자 베르겐필의 연주홀ㅡ근처 악기상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동생이 타악기 전공이라 가족 모두 악기에 관심이 많고 마침 말렛이랑 드럼이 밖에서도 보여서 카톡으로 동생까지 소환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베르겐의 구시가지는 바로 아래 사진의 브..
2019/10/05 그리그의 트롤하우겐 10/04 금요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스톡홀름에서 베르겐으로 이동. 원래는 목요일부터 부모님과 함께 하는 일정이었으나 한국 태풍으로 인한 결항으로 토요일 오후에 베르겐에서 바로 만나는 일정이 되었다. 금요일 저녁 7-8시 즈음 아늑한 숙소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내일 부모님이 오시기 전까지 뭘 하면 좋을까 검색하다가 그리그의 주택이었던 곳이자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중인 트롤하우겐에 가기로 했다. 그리그의 음악에 대단히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아는 곡이라고는 피협뿐.. 그마저도 1악장..) 클래식 관련 명소를 빼먹기엔 아쉬운 나이기에. 우리 숙소는 시내였고 어차피 두 분을 마중하러 공항에 가야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도 중간에 있는 트롤하우겐이 적당했다. 다만 투어를 미리 예약을 못해서 확인한 투어 시간에 ..
2021/02/17 나는 대안적으로 살고 싶은 게 아니다. 나는 성경적으로 살고 싶은 것뿐이다. 나의 모든 발화가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런 발화는 하지 않기로 하자. 마음 속으로만 삼키는 걸로 하자.
2019/10/04 울릭스달 궁전, 베르겐으로 결국 부모님은 10/05 토요일에 스톡홀름에 도착하시게 됐고, 도착하자마자 환승해서 베르겐으로 바로 오기로 하셨다. 우리는 오늘(금요일) 오후 베르겐으로 간다. 시내에 다녀오기엔 시간이 애매하고 에어비앤비 주인이 추천해준 근처 울릭스달 궁전(Ulriksdals Slottspark)라는 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왕이나 왕비가 상주하기보다는 별장처럼 이용하는 곳 같았고, 어떤 왕비는 대관식을 이곳에서 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여름 시즌이 아니라 오랑주리(온실)는 닫혀 있었지만 정원과 호수가 아름다웠고 몇 안 되는 사람들이 한가하게 산책하는 모습이 평화로웠다. 조금 산책을 한 후 궁전 안의 카페 겸 식당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주위에 갈 데가 딱히 없었고 추웠기 때문에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웬일이야 ..